전체 기자
닫기
구태우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니…대한항공 통상임금 분쟁 '종결'

2심 판결 승복하고 상고 포기…"노사 모두 실리 챙겨"

2018-03-21 17:17

조회수 : 4,821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대한항공 노사의 통상임금 소송이 4년여 만에 종결됐다. 노사 모두 한발씩 양보하면서, 법적 소송보다 대화로 해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기업의 노사가 '소송 만능주의'로 치닫는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대한항공 노사의 사례는 눈길을 끈다. 소송이 장기화될수록 사측은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진다. 노조는 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하염없이 결과를 기다려 피로감이 높아진다. 소송기간 동안 노사관계도 악화된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20일 "통상임금 소송 종결로 조종사의 통상임금이 소폭 증액됐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노사의 통상임금 분쟁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항공 조종사는 각종 수당이 통상임금이라며, 연장·야간·휴일·연차수당을 재산정해 지급하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수당 일부가 통상임금에서 빠져, 임금을 덜 받았다며 체불임금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노조가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한 수당은 비행수당, 신협출자금, 개인연금보험료, 자가보험료다. 노조(조종사 797명)는 2014년 10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10월 1심 판결과 지난 1월26일 2심 판결이 나왔다. 1심과 2심 모두 노조가 부분 승소했다. 법원은 비행수당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신협출자금, 개인연금보험료, 자가보험료는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했다. 
 
이 수당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회사가 노동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한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소정근로는 노동자가 일정 시간 동안 특정 업무를 하겠다고 사용자와 약속한 내용을 의미한다. 정기성, 고정성, 일률성을 갖춘 경우 통상임금에 해당된다. 
 
비행수당은 특정시간 동안 비행을 할 경우 지급되는데, 법원은 전제조건이 있는 만큼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외 수당은 통상임금 요건을 충족했다고 봤다. 대한항공과 노조 모두 법원에서 절반의 승리를 한 셈이다. 
 
대한항공과 노조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최근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대한항공은 2011년부터 최근까지 미지급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조종사도 3년치 미지급 임금을 받는다. 조종사 1인당 20만원에서 최대 120만원의 미지급된 임금을 받는다. 통상임금을 재산정해야 하는 만큼 조종사의 추가 근무 수당도 소폭 오른다. 
 
이를 두고 노사 모두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 볼 수 있었지만 상고를 포기했다. 최대 8년치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하지만 노사는 지난 1월 2015년과 2016년 임단협을 타결했다. 내달부터 지난해와 올해 임단협 교섭을 해야 한다. 임단협이 장기화되면서 노사 모두 적잖은 피로감이 생겼다. 상고를 포기하면서 법적 소송까지 치뤄야 하는 부담을 덜었다. 경영과 노사관계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노조도 양보했다. 이번 통상임금 소송에서 비행수당이 차지하는 금액이 가장 크다. 대법원에서 비행수당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조종사가 받을 미지급 임금 액수도 대폭 늘어난다. 승소 여부가 불확실한 데다, 소송이 길어질 경우 노사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한발 물러선 것이다. 결국 노조는 미지급 임금과 통상임금 인상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노조 관계자는 "그렇게 큰 액수라고 할 수 없지만 임금이 약간 증가할 것"이라며 "비행수당의 통상임금 여부는 앞으로 교섭을 통해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노사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1심은 노조가 2심은 회사가 승소했다.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상 위기를 맞을지 여부가 법원 판결을 가를 전망이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논란이 된 신의칙이 이번 소송의 핵심이다. 그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은 재직자 요건을 취업규칙에 추가했다. 재직자만 받을 수 있는 상여금은 고정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 구태우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