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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kjb517@etomato.com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무비게이션) ‘레디 플레이어 원’, 현실과 가상의 경계 무너뜨리다

관객 모두가 이스터 에그 사냥 아바타 '빙의'

2018-03-2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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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먼저 '이스터 에그(Easter Egg)'란 단어의 정의부터 해야 할 듯하다. 영화에서 일종의 ‘떡밥’으로 불리는 장치를 말할 때 종종 사용되는 단어다. 마블 영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장치다. 사실 이스터 에그는 영화가 아닌 게임에서 먼저 파생됐다. 개발자가 자신이 개발한 게임에 재미로 숨겨 놓은 메시지나 기능을 일컫는다. 실제 게임 플레이와는 상관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문화 콘텐츠 전반에서 이스터 에그가 사용되기도 한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11년 58개국 38개 언어로 출간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전 세계 영화 산업에서 이젠 트렌드가 된 가장 진화된 3D 효과를 보인다. 또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이 상업 영화에서도 현실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단 방향을 제시한다. 최소한 스필버그가 연출을 맡았단 점만으로도 가까운 미래에 ‘레디 플레이어 원’은 영화가 아닌 현실 속 관람의 환경이 될 듯하다.
 
배경은 2045년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에서 출발한다. 무너진 세계 속에서 사람들은 현실 도피를 위해 가상현실 ‘오아시스’(OASIS)에서 생활한다. 오아시스는 천재 과학자이자 괴짜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가 만든 게임 공간이다. 이곳에 접속한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가능하다.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던)는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루의 대부분을 오아시스에 접속해 생활한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어느 날 할리데이가 죽는다. 그는 ‘오아시스’를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유언을 남긴다. 자신이 남긴 이스터 에그를 찾는 사람에게 오아시스의 소유권과 엄청난 자신의 유산을 상속하겠단 것이다. 할리데이가 3개의 이스터 에그 중 첫 번째를 풀어내자 현실 속 거대기업 ‘IOI’가 이를 막고 할리데이의 유산을 가로 채기 위해 나선다. ‘오아시스’에서 ‘파시발’로 불리는 ‘웨이드’는 그곳에서 만난 ‘아르테미스’ 그리고 ‘H’ ‘다이토’ ‘쇼’와 함께 팀을 이뤄 ‘IOI’의 수장인 ‘소렌토’와 대결한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관람 자체가 일종의 토너먼트식 게임을 수행하는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모든 캐릭터들은 ‘오아시스’란 가상현실 속에서 ‘아바타’로 존재한다. 영화 전체 러닝타임 중 무려 60%가 가상현실이 무대다. 아바타가 수행하는 3개의 미션은 게임을 ‘클리어’하는 과정과 똑같다. 사실 이 지점은 미션 혹은 실사 영화의 사건 해결 방식과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게임을 체험하는 듯한 착각을 선사하는 것은 가상현실 분량인 60%가 컴퓨터그래픽(CG)로 처리된 상태에서 흘러가는 점 그리고 나머지 현실공간의 분량 40%가 교차 편집되면서 수행하는 방식 때문이다. 관객 개개인이 모두 ‘오아시스’에서 벌어지는 ‘이스터 에그 사냥’에 투입된 아바타가 된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무엇보다 영화적 흥미와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게임과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소설 등 대중문화 속 아이콘들이 ‘레디 플레이어 원’에 총출동한단 점이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이 캐릭터들은 오직 ‘레디 플레이어 원’을 위해 일시적으로 저작권을 풀어 참여했다. 캐릭터들을 찾아보는 재미만으로도 흥미로운 체험적 관람이 된다.
 
그럼에도 ‘레디 플레이어 원’이 대중들의 주목을 끌 것이라 확신하는 점은 사실 한 가지다. 주류 대중문화로 불리던 영화 산업과 그 밑에 자리했던 콘텐츠 공급처인 소설과 게임의 서브 인식을 깨트리는 시도가 될 것이란 것. 단순한 재미와 관람의 방식 전환을 떠나서 ‘레디 플레이어 원’은 3D와 VR 그리고 AR의 기술적 진보와 주류 편입이 역설적으로 관계와 교류 소통의 벽으로 작용하는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그 방식이 문제적이지 않지만 진중하면서도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넘치는 지점으로 풀어냈단 것이 반가울 뿐이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무엇보다 비평적인 측면에서 그동안 천대 받아온 스필버그의 ‘엔터적 귀환’이 이런 방식이란 점이 더욱 그렇다. ‘레디 플레이어 원’ 스필버그가 풀어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진일보다. 그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개봉은 오는 28일.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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