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홍연

hongyeon1224@etomato.com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
(현장에서)#미투, 그 이후

2018-03-20 06:00

조회수 : 3,17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폭로는 짧고 인생은 길다. 사회 전반으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들은 또다시 2차 가해의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4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씨는 자필 편지를 통해 2차 가해 자제를 당부했다. 법무부 고위 간부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도 업무 능력 등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자 검찰 진상조사단에 출석해 허위 소문에 대한 수사까지 요청하며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했다. 이는 피해자의 행실을 탓하고, 그들을 고립시키면서 새로운 폭로와 성차별적인 사회 변화를 막는 행위다.
 
미투 운동의 본질은 그간 은폐돼 온 사회 구조와 권력형 성폭력 문제의 표출이다. 일시적인 소란이 아니라, '관습'과 '남성의 본성'으로 치부돼온 성차별적 의식과 구조 개혁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미투 이후가 더 힘들다. 분노, 후회 등 여러 감정들이 섞인 채로 긴 법정 공방을 이어나가야 한다. 가해자가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맞고소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피해자의 용기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2차 가해로부터 보호하거나 이들에 대한 단계적인 법률지원은 미비한 상태다.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고 괴로운 기억을 다시 한번 끄집어내면서도 '미투'를 결심하는 것은 결국 기존의 법적 시스템에선 유죄를 이끌어 내기 힘들다는 현실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유엔 규약은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중점적으로 보고 거부를 했다면 강간 혐의를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항거 불능 또는 항거가 현저한 곤란한 정도를 피해자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엘리트 집단이라 일컬어지는 수사기관이나 재판부 역시 피해자 중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 '미투' 이후도 고민해야 한다. 단순한 사회적 지탄뿐 아니라 가해자에게 어떤 법적 책임을 지게 할 것이며, 피해자의 지난한 법정 공방 등은 어떻게 지원할지를 섬세하게 제도화해야 한다. 무료 상담할 수 있는 곳은 많으나, 변호사마다 얘기가 다르고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와 더불어 피해자가 자신의 모든 걸 걸면서 폭로에 나서지 않고, 신분을 보장받으면서 조직의 보복 없이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들에 대한 정서적인 지원도 병행해 폭로 이후에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홍연 사회부 기자
 
  • 홍연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