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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보팅 폐지' 대란 현실로)③총회 제도 정비·투자문화 개선 병행돼야

주총 결의요건 완화 필요성 제기…"위임장 권유시 정보 제공 의무화"

2018-03-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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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섀도보팅 폐지로 주주총회 안건 통과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이 나오면서 제도 정비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상법에서 규정하는 주주총회 보통결의 요건과 감사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 완화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궁극적으로는 소액주주들이 기업 경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현실에 맞게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상법이 요구하는 보통결의와 감사선임을 위한 요건이 섀도보팅 제도로 사문화됐던 만큼 섀도보팅이 폐지된 이후에는 주총을 개최할 수 있는 수준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상법 368조는 주주총회의 보통결의에 대해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25% 찬성으로 안건이 통과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섀도보팅 폐지 이후 주총이 열리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의결정족수를 완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기업 환경에 따라 주주들이 정관에서 규정하는 방식으로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 선임시 적용되는 '3% 룰'에 대해서도 의결권 제한을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법 409조는 감사선임시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상장사협의회는 의결권 제한이 우리나라에만 도입돼 있는 제도로,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3% 룰은 대주주와 이사회를 감독하는 감사위원이 대주주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완전 폐지는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무시할 수는 없다.
 
김순석 전남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한 영진약품은 회사가 소액주주 참석을 독려했지만 최대주주 KT&G가 지분 52.45%를 들고 있어 현실적으로 안건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이번처럼 특수한 사례의 경우 의결권 제한을 완화하거나 주주들이 정관에서 자율적으로 규정하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 도입 취지를 감안할 때 폐지는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주총이 특정일로 몰리는 현상은 외부감사법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매년 반복되는 '슈퍼 주총데이'를 막기 위해 주총 집중일 개최 사유신고를 공시토록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슈퍼 주총일을 해결할 방안으로 재무제표 제출 기한 연장이나 12월에 몰려 있는 기업 결산을 분산하는 장치 마련 등이 거론된다.
 
근본적으로는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경영사항과 관련된 정보 제공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를 통해 기업에 대한 주주의 관심을 환기함으로써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위임장 권유가 활성화된 미국은 위임장을 요구하는 최소한의 이유를 밝히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위임장 권유를 하기 위한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고, 주주총회 개최 전에는 기업들이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주주들은 투자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주총에서 논의되는 사안에 대한 정보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기 힘들다"면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외국계 사모펀드 앨리엇의 반대를 계기로 정보 접근이 가능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향후 투자정보 제공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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