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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현장에서)지켜줘야 할 '소정이의 꿈'

2018-03-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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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경부 기자
주위 반응을 들어보면 “지난 9일 평창패럴림픽 개막식 공연이 지난달 올림픽 개막식보다 좋았다”는 평이 많이 나온다. 일단 짜임새 면에서 그렇다. 한국 고유의 미를 만끽하게 해준 전통춤과 조수미·소향의 패럴림픽 주제가 ‘Here as ONE’ 열창, DJ KOO(구준엽)의 디제잉 공연 등은 오히려 올림픽 개막식을 능가했다.(선수단 입장 시 자원봉사자들의 ‘무한댄스’는 여전했다. 올림픽·패럴림픽 개막식의 숨은 영웅이다)

감동 측면에서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포털사이트에 업로드된 평창패럴림픽 개막식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것은 시각장애인 중학생 이소정양의 ‘내 마음 속 반짝이는’ 공연이다. 이양이 허공에 그림을 그리자 울산 울주군 반구대암각화를 연상케 하는 물고기·짐승들이 살아 움직였다. 다음 장면에서 이양은 희망을 노래했다. 풍어를 기원했던 고대인들의 꿈과 이양의 희망이 시간을 넘어 이어지고 있는 듯 싶었다.

장애인들의 높은 꿈·희망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척박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장애인들의 월평균 소득은 153만원이었다. 특히 자폐성장애·정신장애·지적장애인의 월 급여는 각각 45만·56만·57만원에 그쳤다. ‘삶의 질’을 따질 것이 아니라 생존에 문제가 되는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2월 “정권교체를 통해 우리가 만들 새로운 대한민국을 통해 장애인 차별을 해소하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5일 정부는 장애인 정책에 관한 70개 세부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통한 개인별 맞춤서비스와 공공임대주택·자립정착금 지원, 2021년까지 장애인연금 기초급여 30만원으로 인상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정책적인 노력과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이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개선이다. 사실 쉽지 않다. 어린시절부터 뇌리에 박히며 축적된 장애인에 대한 편견·차별은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평창패럴림픽은 좋은 기회가 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분기점이 됐다면 패럴림픽은 우리 사회 내 차별 철폐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방송의 패럴림픽 경기 중계가 외국보다 부족한 실정”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14일에는 직접 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경기관람에 나선 것도 이같은 생각의 결과로 보인다. 선수들이 패럴림픽 출전권을 얻기위해 노력하고, 결과에 기뻐하거나 실망하는 모습은 일반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소정양은 패럴림픽 개막식 공연에서 “보이지 않아도 그 별은 있네. 잡히지 않아도 바람이 되어 불어오네”라고 노래했다. 장애인들이 가끔은 부딪히고 넘어지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 별을 노래할 수 있도록 도와야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최한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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