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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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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 증언 등 증거 나오자, 최흥식 금감원장 '의혹해소 피력' 반나절 만에 사퇴

'첫 민간출신 금감원장' 타이틀 반년 만에 '채용비리'로 불명예 퇴진

2018-03-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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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작년 9월 '사상 첫 민간출신' 금융감독원장으로 취임한 최흥식 원장이 반년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근무할 당시 친구 아들의 하나은행 입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본인을 둘러싼 채용비리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했지만, 하나은행 인사실무진들의 증언 외에도 서류와 녹취록 등 추가 증거가 나오면서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최 원장에 대한 인사청탁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최 원장 본인도 지인 아들을 하나은행에 추천했다는 사실은 인정한 바다. 당시 최 원장은 "단순히 이름만 전달했을 뿐 채용 절차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하나은행 관계자를 통해 최 원장이 하나금융 사장에 재직하던 당시 회사 임원이 추천한 지원자에 대해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었고, 최 원장이 추천한 지원자도 이 혜택을 받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서류전형 면제라는 특혜를 알고 추천한 것이며, 이는 "단순히 이름만 전달했을 뿐"이라는 해명을 무색하게했다.
 
이후 최 원장은 이날(12일) 오전 본인의 의혹을 포함한 하나은행 채용비리를 전반적으로 검사하기 위해 금감원내 '특별검사반'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 부속실, 금융당국 등에서 최 원장의 의혹과 관련된 사실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당시 하나은행의 여러 인사담당자의 증언이 있었고, 관련 대화가 있는 녹취록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최 원장은 곧바로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최 원장의 사임에 대해 이미 예고된 인사 파행이라는 분위기다. 최 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사 지배구조, 가상화폐 등 여러가지 금융정책에 대해 오락가락 하면서 구설수에 올랐고, 청와대 등으로부터 여러차례 경고를 들은 바 있다.
 
최 원장이 주력했던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검사는 최 원장의 친정이자 연임 이슈를 앞두고 있는 하나금융지주를 겨냥했다는 의구심을 받아왔다. 최 원장은 특정 회사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으나, 금감원이 하나금융 회장 선임절차 중단을 요구하면서 관치 논란이 거세게 불었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금융권 등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원장은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입장을 여러차례 바꾸면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최 원장은 지난해 말 "가상화폐의 거품은 빠진다. 내기해도 좋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가, 지난달 20일에는 "정상적인 가상화폐 거래는 금융당국이 지원하겠다"고 밝혀 시장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으로 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결국 국회의원들로부터 '가상화폐 담당 소관이 금감원이냐'는 질책을 들어야 했고, 국무조정 실장이 수습해야 하기도 했다.
 
이후 은행권 전반으로 채용비리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감독원은 기세를 잡은 듯 했다. 금감원의 지배구조 점검 등에 불만을 품은 은행들도 최고경영자 등 임원급과 관계된 채용비리 검사에 대놓고 불만을 내지 못했다. 금감원은 석달여에 걸쳐 시중은행을 전수 조사했으며, 지난달 대대적으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권 CEO 등이 특혜성 채용 비리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최흥식 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초 은행권에서는 인사 청탁 명단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야했고, 한 지주사 회장은 합격 여부를 문의했다는 것만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며 "같은 기준으로 따진다면 최 원장의 말대로 민간 금융사 재직 시절 '단순 추천'만 했더라도,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신뢰성과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흥식 금감원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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