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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고)행정규제기본법 개정 '유감'

2018-03-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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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느 부처의 자체규제심사위원회에 참석했다가 “법개정에 따라 과징금, 과태료에 대한 사항은 앞으로 심사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다소 의외의 제도변화라고 생각하여 국회의 심의경과를 살펴보니 2017년 11월 28일 공포되어 올해 3월 1일부터 시행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법률(법률 제15037호)이 그 적용범위에서 과징금, 과태료의 부과·징수에 관한 사항을 제외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행정규제기본법은 1998년 제정 당시부터 국회, 법원, 헌재, 선관위, 감사원의 업무나 형사, 행형, 보안처분, 국방, 군사기밀, 조세의 종목, 세율 등과 관련한 사항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적용범위 규정을 두었는데, 지난해 국회에서 법률안을 심사하던 과정에서 이견이 있던 부분을 제외하고 정무위원회 대안으로 과징금, 과태료에 대한 사항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개정이유를 보니 "현행법상 벌금에 관한 사항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반면, 목적과 기능이 크게 다르지 않은 과징금과 과태료가 포함되어 있어 형평성 차원에서 이 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하자는 것"으로 되어 있다.
 
과연 이러한 개정의 방향이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행정규제기본법은 '행정규제'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법령이나 조례·규칙으로 정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행정법령이 국민이나 기업에게 어떤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금전적으로 제재하는 것이 과징금이나 과태료(행정질서벌)이다. 과징금에는 공정거래법의 그것과 같이 불법행위로 얻어진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는 과징금이나, 영업정지처분을 하지 않고 그 대신에 부과하는 과징금, 순수한 금전적인 제재로서의 과징금이 있고, 과태료는 경미한 행정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부과하는 것인데, 이렇게 법령에 “행정의무를 부과하는 근거”를 두는 것과 “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한 제재”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하나의 행정규제를 구성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행정형벌인 벌금과 금전적 제재라는 성격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법 적용을 제외하겠다는 것은 규제개혁의 의미와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검토보고서나 법안소위 회의록을 살피며 그 배경을 추론해 보려 하였으나 이 부분에 대하여 국회나 정부에서 충분한 논의나 분석이 있었던 것 같지 않다. 애초 의원법률안은 현재의 규제개혁위원회의 절대적 영향력에 대한 반성, 전문성, 투명성 제고에 대한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루고 상대적으로 이견이 덜한 한 조문만 신속하게 통과시키려 했던 결과가 이러한 개정으로 연결된 것이 아닌가 싶다.
 
2015년 개정된 화학물질관리법 제36조는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유출사고를 낸 경우 영업정지처분을 대신하여 해당 사업장 매출의 최대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을 도입하였는데, 당초 원안은 10%였다. 그러나 일부 산업의 경우 매출액은 큰 대신 영업이익이 과소하여 일률적으로 화학사고에 10%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논란이 있어 논의과정에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와 같이 과징금, 과태료의 부과·징수에 대한 사항 역시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큰 규제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를 행정규제로 보지 않는다면 규제목록에서 아예 제외하고, 신설·강화되는 규제에 대한 영향분석이나 의견수렴, 규제정비 등도 하지 않게 되는 결과가 되는데 이러한 방향이 올바른 규제개혁을 위한 제도변화인지 궁금하다.
 
 
홍승진 법무법인 광장 입법컨설팅팀장(전 법제처 법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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