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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윤

'친환경 선박' 발주 느는데…중견사들엔 '그림의 떡'

구조조정 앞두고 수주영업 올스톱

2018-03-0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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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2020년 환경규제 적용을 앞둔 글로벌 해운업계가 친환경 신조선 발주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가 연초 수주 낭보를 올리며 수주 목표액 달성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구조조정을 목전에 둔 중견 조선업계의 수주 영업은 사실상 멈춰서며 조선업계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 조선 빅3의 상선부문 수주 목표액은 270억달러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포함) 132억달러, 삼성중공업 82억달러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목표액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55억달러 정도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조선업계 2018년 상선부문 수주목표액 및 수주현황. 제작/뉴스토마토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8일 유럽 선주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3척을 수주했다. 이 선박들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기준에 충족하는 최신 연료절감 기술과 고효율 엔진 등이 적용될 예정이다. 전날에는 오세아니아 선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수주하는 등 지난달 말까지 상선부문(특수선 포함)에서 모두 8척을 수주했다. 올해 누적 수주금액은 10억2000만달러 규모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수주 목표액 달성에 청신호를 켠 상태다. 지난달 초 아시아지역 선주로부터 1만2000TEU(1TEU=6m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하는 등 올해 모두  9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수주금액은 총 9억달러 규모다. 이 선박들도 선박평형수 처리장치와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프로펠러 등 환경규제를 충족할 수 있도록 건조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8만4000㎥급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VLGC) 3척을 2억2000만달러에 수주하는 등 지난달 말까지 모두 19척의 선박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누적 수주금액만 12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외신 등을 통해 프랑스 해운사 CMA-CGM이 발주할 것으로 알려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IMO는 내년 선박평형수 규제, 2020년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 등 환경규제를 강화한다. 한국 대형 조선사들이 연이어 친환경 선박을 수주하는 것도 이같은 환경규제에 글로벌 선사들이 신조선 발주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선령이 15년을 넘은 선박은 환경규제에 대응해 절감장치를 추가 장착하는 것보다 폐선 후 신조선을 발주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게 조선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해운업계의 친환경 선박 발주 가능성 증가에도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등 중견 조선업계는 수주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의 중견 조선업계 구조조정 방안 결과를 앞두고 사실상 수주 영업 활동이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이 지난달 초 그리스 선사 판테온으로부터 유조선 2척을 수주했지만, 이 선박들은 지난해 7월 계약한 선주와의 옵션 계약분이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5월 그리스 선사 키클라데스로부터 원유운반선 5척을 수주한 이래 9개월째 신규 수주 활동이 멈춰선 상황이다. 사실상 중견 조선업계가 올해 새로 수주한 선박은 단 한척도 없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빅3가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일감을 확보하고 있지만 중견 조선업계는 생존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영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국내 조선산업의 회복을 위해 정부가 빠른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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