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올해 은행권을 관통하는 화두는 단연 ‘디지털’이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모바일과 PC를 활용한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되고,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도 잇달아 도입된 데 따른 것이다.
기업은행 또한 올 한해 디지털 금융시장의 일대 격전을 예상하며,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래채널그룹을 신설하며 미래 금융을 구상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미래채널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오혁수 미래채널그룹장(부행장)은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비대면 독자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영업점 실적 압박을 통한 스마트 뱅킹 확대가 아닌, 디지털금융 자체 경쟁력을 높여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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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혁수 기업은행 미래채널그룹장은 디지털금융의 본질로 중소기업과 고객 만족을 꼽았다. 사진/기업은행
◆ 고객체험단 운영, 피드백 체계 정착…내달 신기업디지털뱅킹 출범
지난 1987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32년간 영업부장과 충청·호남그룹장 등을 지낸 오 부행장은 자금과 국제 분야 등에서 폭넓은 경험을 갖춘 정통 금융인으로 꼽힌다.
작년 10월 미래금융 구축이라는 임무를 받고 미래채널그룹의 키를 쥐게 된 오 부행장은 영업 일선 현장에서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경청이다.
오 부행장은 “디지털 금융의 본질은 고객을 얼마나 더 만족시킬 수 있는지 여부”라고 꼽으며 “고객 체험단 운영 등 고객의 소리를 더욱 많이 듣고 반영할 수 있는 상시 피드백 체계를 정착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중요한 것은 디지털 트랜드에 대한 감각과 열린 사고”라며 “지난해 10월 미래채널그룹장으로 발령받은 이후 실무진들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듣고 반영하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오 부행장이 특히 중점을 두는 부분은 기업 지원이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설립된 은행인 만큼 미래채널의 근간 역시 중소기업이 바탕을 이룬다는 설명이다. 미래채널그룹 또한 기업 특화 핀테크 사업을 지원하는 ‘기업핀테크채널부’를 비롯해 미래채널부와 개인디지털채널부, IBK고객센터로 구성됐다.
오 부행장은 “기업은행의 뿌리는 중소기업에 있다”며 “올해는 기업금융 관련 ‘창구업무’ 디지털화를 통해 비대면채널 업무범위의 지속 확대를 추진하고, 시장경쟁력이 높은 CMS의 우수 기능을 내재화해 고객의 편의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소상공인과 기업을 위해 지난 1월 중소기업 경리업무를 지원하는 ‘IBK sERP 경리나라’와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크라우드펀딩 정보연계 사이트 ‘기업투자정보마당’ 등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기업 스마트뱅킹 전면 재구축 해 은행권 최강의 기업 디지털뱅킹을 구축하고 선도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내달 선보일 신(新)기업디지털뱅킹은 은행권 처음으로 기업 간편 송금을 제공하며, 전 은행 계좌 통합조회와 기업고객 전용 모바일상품몰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챗봇 등 인공지능을 활용한 금융서비스도 소상공인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오 부행장은 “중소기업의 성장 단계별 지원책인 ‘동반자 금융 사업’의 일환으로 고객의 창업과 사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소상공인 스마트 경영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금융과 컨설팅 노하우 등을 적극 활용해 맞춤형 ‘소상공인 스마트 경영지원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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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혁수 기업은행 미래채널그룹장(사진 첫번째 왼쪽)과 한재영 티몬 최고전략책임자가 MOU를 맺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27일 출시되는 GD카드. 사진/기업은행
◆ 빅데이터·AI 등 신기술 도입…휙보이스·메시지뱅킹 '추진'
빅데이터와 AI등 신기술을 활용해 중소기업의 사업운영 생애주기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올 상반기에는 ‘빅데이터 플랫폼’도 나온다.
오 부행장은 “‘빅데이터 플랫폼’은 기존에 분석이 어려웠던 음성, 로그 등 비정형데이터까지 분석해 맞춤형 상품 추천이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라며 “현재 고객의 대면·비대면채널 거래 이력을 머신러닝 등의 기법을 통해 분석하고 고객 상황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거래관계 연결망에 초점을 맞춘 분석이 가능해지고 외부데이터와 연계해 새로운 분석기법을 적용하는 등 활용범위도 확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개인고객을 위한 디지털금융도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기업은행은 스마트뱅킹 ‘I-ONE뱅크’에 얼굴인증만으로 로그인과 이체거래를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생체인증을 도입했다. 오는 4월에는 음성만으로 뱅킹 조회와 이체가 가능한 ‘휙보이스(가칭)’와 문자 도중 송금할 수 있는 ‘메시지뱅킹(가칭)’도 선보일 방침이다.
메시지뱅킹은 차세대 문자서비스(RCS)를 활용한 것으로 로그인 없이 간편 비밀번호 만으로 뱅킹 거래가 가능하다. 기업은행은 이를 통해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상반기 내에 티몬에 IBK기업은행 지점을 개설하는 한편 오는 27일 지드래곤과 컬래버레이션한 특화 카드도 내놓는 등 기존의 금융상품과 마케팅과는 다른 차별화도 꾀하고 있다.
오 부행장은 “올해는 변화된 금융환경과 트렌드를 반영해 디지털 신(新)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라며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반 다양한 혁신기술을 스마트뱅킹에 적용해 금융서비스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또 “티몬 등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외부채널에 기업은행 금융상품을 가입할 수 있는 ‘IBK금융상품몰’을 입점하고, 지드래곤 등 유명인과 손잡고 디지털금융 상품을 공동기획하는 등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고령층 등 디지털 금융소외계층을 위해선 ‘보이는ARS’와 입출금, 제신고 중심의 ‘동행(同行)창구를 운영 중이다.
오 부행장은 “지점별 전담직원을 지정해 노년, 장애인 고객에 디지털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과 같이 온·오프라인 협업을 통해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입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