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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공산주의 확산 방지법을 '동맹'에 들이대는 미국

무역법 232조 당초 취지는 반공산주의·자유주의유대 강화…WTO체제 출범 뒤 사실상 사문화

2018-02-2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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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미국이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강도높은 규제를 압박하는 가운데, 그 근거로 들고나온 미 무역확장법(무역법) 232조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과 자유무역 기조에 따라 사문화됐던 법 조항을, 우방국 제재를 위해 되살리는 것이 황당한 일이라는 반응이 많다.
 
1962년 제정된 무역법 232조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미 상무부 장관이 ‘특정상품을 수입하는 것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지 여부’를 조사할 권한을 부여하며, 제출된 보고서에 기초해 미 대통령은 수입 제한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거나 국가 안보를 위협 또는 저해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도 지난 16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높은 관세·쿼터(할당) 부과를 제안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하며 “현재 수입 규모가 미 경제를 약화시키며 국가안보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문제는 이 법이 제정 당시 소련과의 안보 긴장이 첨예한 가운데 자유주의 국가와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점이다. 소련이 미 본토 인근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동서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공산주의 경제의 침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된 법 조항은 WTO 체제 출범 후 전임 오바마 행정부까지 이어진 자유무역 기조 하에서는 설 자리가 없었다.
 
그랬던 미 행정부가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방편으로 무역법 232조를 들고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무역법 232조 부활을 지시하는 행정각서에 서명하며 “미국 근로자와 미국산 철강을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통적 우방인 한국의 철강 수입을 막기 위해 반세기 전 자유주의 세계와의 유대를 위해 만든 법을 들고 나온데 대한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다 대미 철강 수출량·증가율이 높은 독일·일본 등이 제재 대상에서 빠진 이유도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을 경유해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제품이 타겟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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