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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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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뉴토 이슈) 만신창이 된 문화·연극계…다음은 연예계?

2018-02-2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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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할리우드를 넘어 전 세계 영화계를 주무르던 거물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추악한 이면’을 드러내게 한 ‘미투 운동’이 국내에서도 뜨거운 화두다. 성폭력 피해를 스스로 고백하는 뜻의 이번 캠페인은 국내 문화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생각지도 못했던 거물 문화계 인사들의 충격적 행태가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폭로전은 이제 연예계까지 번질 태세다.
 
국내 ‘미투’ 운동의 시작은 지난 해 12월 불거진 국민 시인에 대한 폭로다.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게재된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을 통해서였다. 해당 시에는 국내 한 거장 문학가를 거론했다. 문단 내의 성폭력 행태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특정인을 지칭하지는 않았다. 시 안에서 ‘En 선생’으로 불린 그는 누가 보더라도 한 사람이었다.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이름이 거론됐던 ‘국민시인’ 고은이 주인공이었다.
 
(좌) 이윤택 (우) 고은. 사진/뉴시스
 
이후 고은 시인은 “후배를 격려하기 위해 한 행동이 오늘날의 행동에 비춰졌을 때 ‘성희롱’이라고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는 다소 모호한 입장으로 사과를 대신했다. 이후 그는 수원시에서 지원한 창작 공간 ‘문화향수의 집’을 떠난다고 전했다. 떠나는 이유에 대해선 ‘성추문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더하며 논란을 불식시키지 않았다.
 
연극계의 거장이자 절대자로 군림해온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연출가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 한 배우가 SNS를 통해 그에게 받은 충격적인 성폭력 피해를 고발했다. 특히 이 배우는 성폭력으로 인해 임신과 낙태를 했다는 고백도 더 했다. 결국 지난 19일 이 전 연출가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를 했다. 연희단거리패의 해체도 결정됐다. 하지만 그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멈추지 않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가 없다는 점이 비난의 핵심이다. 특히 이 전 연출은 ‘합의된 성관계’란 주장을 하기도 했다. 연극계 종사자들의 비난이 더욱 들끓는 발언이었다.
 
피해자에게 사과보단 자기변명으로 일관한 가해자도 있었다. 이미 법적 처벌을 받은 이현주 영화 감독. 2015년 동성의 지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이후 여러 영화제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SNS를 통해 이를 고발했다. 이 전 감독은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특히 피해자를 동성애자로 비유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쏟아지는 비난에 결국 그는 영화계 은퇴를 선언하며 사태를 일단락 시켰다.
 
이처럼 수면 위로 드러난 논란의 사건은 현재까지 크게 세 건이다. 하지만 문화계 및 연예계 종사자들은 봇물 터지듯 드러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성폭력에 가장 취약한 연예계가 ‘미투 운동’의 다음 타깃이 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현주 감독. 사진/'청룡영화상 시상식' 방송 캡처
 
20일 오전 뉴스토마토와 전화통화를 한 현직 기획사 임원은 “각각의 연예 기획사들이 갖고 있는 폐쇄적인 연예인 양성 시스템이 문제”라면서 “일종의 ‘상명하복’이 철저하게 관행화 돼 있다. 데뷔를 무기로 연습생들에게 협박을 하면 사실상 피해자 입장에선 그 어떤 답도 찾을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연예 기획사의 연습생 성폭력 사건이 빈번한 이유가 이 관계자의 증언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점이다.
 
평판에 대한 문제도 거론된다. 문학계 및 연극계 그리고 연예계의 경우 일부 절대 권력 집단(혹은 개인)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 게 일반적이다. 과거 한 아이돌 그룹이 유명 기획사에서 나와 개인 회사를 차렸지만 이후 지상파 방송 출연이 사실상 막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집단 혹은 개인의 말 한 마디에 해당 피해자는 사실상 성폭력 피해를 함구할 수 밖에 없는 위치가 된다는 얘기다. 
 
이번 미투 운동 확산과 피해에 공감하는 문화계 및 연극계 그리고 연예계 관계자들은 ▲성폭력 피해 사례집 발간 ▲성폭력 피해 예방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 ▲엄중한 가해자 처벌 등 피해 예방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논의 중이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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