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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연

(피플)신동준 KB증권 수석 자산배분전략 상무 "저금리 시대 증권사 생존 전략, WM이 대안"

"저금리 환경 속 수수료 부담 일본서 실감…개인고객 WM 니즈 있다고 판단"

2018-02-21 08:00

조회수 : 4,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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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2015년 12월부터 저금리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6년 한 차례, 지난해에는 세 차례 금리를 올린 결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제로금리에서 현재 1.25~1.5% 수준까지 올라왔다. 현재의 경기 수준을 반영하는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도 3%를 넘길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의 금리 상승 흐름이 고금리 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이 과거의 고속 성장을 재현할 거란 장및빛 기대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러한 기대가 예측의 영역에 들어왔다고 보기는 힘들다. 제로금리에서는 벗어났지만 과거 10%를 넘나들던 고금리가 재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달부터 수석 자산배분전략가(Chief Strategist)로 KB증권에 합류한 신동준 상무는 저금리 시대에 증권사가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한 장본인이다. 금리가 점차 낮아지기 시작하면서부터 푼돈에 불과했던 수수료가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신 상무가 증권사 채권 연구원에서 운용사 펀드매니저를 거친 뒤 다시 증권사로 돌아와 자산배분(WM) 전략을 맡게 된 것도 이러한 고민의 결과였다. 지난 19일 신 상무를 만나 채권 전문가에서 자산배분 전략가로 변신한 계기와 현재의 시장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신동준 KB증권 수석 자산배분전략 상무는 “저금리 시대에 증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은 자산배분”이라고 말했다. 사진/KB증권
 
2004년부터 줄곧 베스트 채권 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증권사들은 채권에 큰 관심이 없었다. 자기자본 규모가 작아 굴릴 수 있는 돈도 적었기 때문에 트레이딩을 통해 버는 수익이 제한적이었다. 그렇다보니 증권사가 직접 채권 운용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관련 리포트도 경제보고서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당시 한국에 채권 스왑시장이 막 생기기 시작하면서 UBS와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는 장단기 금리 차이나 스왑거래 등 다양한 분석 방식을 동원해 한국 시장을 분석하는 리포트를 내놨지만 한국 연구원들의 채권 리포트는 금리 상승과 하락 얘기에 그쳤다.
 
한국 시장이 점점 커지고 발전하는 상황에서 한국 리포트가 경쟁력을 못 갖추면 외국계 리포트가 시장을 잠식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베스트 연구원에 선정되기 시작한 건 외국계를 열심히 쫓아가려고 노력했던 결과였다. 하지만 채권 거래를 직접 경험하지 않고 쓰는 리포트에는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운용사행을 택했다. 증권사의 채권 직접 운용이 드물었고, 해외채권과 파생상품 등을 제대로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생명보험사를 계열사로 둔 대형 운용사에서 3년 간 운용과 채권 전략을 맡았다.,
 
운용사를 거쳐 증권사로 돌아온 이유는?
 
애초에 운용사에 간 건 채권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외국계의 대항마가 되기 위해 시장 플레이어로서 매커니즘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당시 계열 생보사가 해외 운용사를 통해 자금 운용을 맡기는 과정을 같이 보면서 선진 시스템을 배우는 기회를 얻었고, 이를 리서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자 했다.
 
3년의 경험을 쌓고 돌아온 곳이 현대증권(현 KB증권)이다. 당시 한국 리포트에서 듀레이션 전략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듀레이션을 확대하라는 것은 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하라는 것을의미하는데, 채권을 사라는 뜻이다. 업계에서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지만 채권 전략 리포트에서 활용한 사례는 드물었다. 이밖에 일드커브, 파생상품, 스왑, 구조화채권 등 한국 리포트에서는 생소한 내용을 리포트에 담은 뒤부터 업계에서 좋은 평판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 채권 시장이 종목으로 영역을 확대할 거라고 예상하고 종목 관점에서 크레딧 채권 리포트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채권에서 자산배분 전략으로 분야를 옮긴 이유는?
 
자산배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저금리 시대에 증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으로 봤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뒤 채권 세일즈를 하러 아시아 국가를 돌아다니던 중 일본에서 저금리 시대의 단면을 봤다. 당시 회사에서 선진국에 갈 때는 법인카드를, 카드 사용이 힘든 신흥국에 갈 때는 현금을 줬는데 일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아시아 최대 선진국이니 당연히 카드를 받았는데 현지에서는 카드 사용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다. 한 사람에 5만원 가량의 식사를 하더라도 현찰을 요구해 당황했다. 현지 법인 직원은 일본이 제로금리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했다. 저금리 시대에 카드 수수료는 엄청난 부담이라는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저금리 시대에 수수료 비즈니스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금리가 10%일 때는 100bp(bp=0.01%포인트)를 수수료로 주는 게 많지 않았지만, 금리가 3%로 내려오면 지불하는 수수료가 부담스럽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증권사 수익 비중이 주식과 채권 영업·중개가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미래가 불투명해 보였다.. 실제로 수수료가 점점 줄어들면서 증권업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채권의 경우 과거에 비해 시장 규모는 상당히 커졌지만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시장이기 때문에 수수료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증권사가 자산관리 영업이나 직접 자금운용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은 기관에 비해 개인 투자자들은 자산배분에 대한 니즈가 있다고 생각했다.
 
2017년 9월 KB금융그룹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KB증권 애널리스트들이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B증권
 
KB증권은 금융지주 차원에서 WM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략은?
 
다른 증권사로 자리를 옮겨 자산배분 전략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놓쳤던 부분은 고객이다. 양질의 정보를 얻기 위해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 고객들은 주로 은행이나 대형사에 집중돼 있다. 규정상 하이일드나 해외주식 등 상대적으로 위험자산 투자에 제한이 많은 기관과 달리 개인은 일부 위험을 감수할 용의가 있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에 WM 전략이 제 역할을 할 여지가 더욱 많다.
 
이런 차원에서 대형 은행 계열사와 연결된 KB증권에서 WM 전략의 가능성은 많다고 본다. KB증권에 합류한지 얼마 안 됐지만 계열사 간의 시너지 창출과 자산배분이 지주 차원의 화두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윤경은 대표이사가 지주의 자본시장부문장을 겸직하고 있고, 은행을 중심으로 손보나 생보와의 협업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리서치에 강점을 가진 증권이 전략을 제시하고 계열사 고객들에게 자산배분 전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은행 계열사를 보유한 다른 증권사에서도 증권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계열 운용사와 자문계약을 하는 방식의 비즈니스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신선한 시도였다.지금은 꽤 일반화된 협업 시스템이지만 당시에는 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KB증권에서 과거의 다양한 경험을 살려 차근차근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시장 상황은 어떻게 보고 있나.
 
미국 경기가 빠르게 좋아지면서 저물가 국면에서 벗어나는 흐름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 정책 등 재정 지출 확대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시장 금리는 당분간 상승할 여지가 높다고 본다. 2분기까지가 고비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3%를 뚫을 경우 2월 초에 겪었던 조정이 다시 올 가능성이 있다. 특히 물가가 빠르게 올라온다면 시장 예상보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다만 경기가 좋아지는 흐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기 때문에 조정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현재 리서치센터 차원의 생각이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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