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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군산공장' 태풍의 눈으로…쌍용차·하이디스 사태 재연되나

한국GM 전직원 대상 희망퇴직 진행…'철수설'에 힘실려

2018-02-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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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한국GM이 철수설까지 나오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공장 폐쇄로 최대 1만여명의 고용이 불안해졌는데, 철수 시 국내 제조업 일자리에 '쓰나미 급'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노동계는 외국계 기업의 '먹튀'로 논란이 된 쌍용차, 하이디스 사태가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8일 한국GM의 구조조정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는 형국이다. 완성차 제조업체인 한국GM의 구조조정이 관련 업계는 물론 제조업 일자리, 국가 경제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촉각을 기울이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노동계는 대규모 해고사태를 기정사실화했다. 군산공장은 직영 노동자 2000여명과 사내하청 노동자 3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5월 군산공장이 폐쇄되면, 1·2차 벤더 등 협력업체까지 줄도산해 최대 1만여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한국GM 창원·부평공장 폐쇄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노동계는 비상이 걸렸다. 공장이 모두 폐쇄될 경우 직영 노동자 1만5927여명(2017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 공시)이 해고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한국GM의 직영·사내하청·협력사 근로자는 총 15만6000명(2016년 기준)이라고 밝혔다. 
 
한국GM은 벌써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희망퇴직 신청대상은 전 직원이다. 한국GM의 구조조정이 가동률이 저조한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민주노총은 대규모 해고사태가 불가피한 만큼 조직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한국지엠지부(노조)는 설 연휴 직후 총파업을 비롯한 투쟁방침을 세울 계획이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퇴진투쟁도 고려하고 있다. 
 
경영계는 한국GM의 구조조정이 가져올 파장은 축소하면서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군산공장 납품업체가 몰려 있는 부산의 상공회의소는 이날 군산공장의 가동률이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줄어, 납품비중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군산공장 폐쇄가 협력업체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인천상공회의소는 "국내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GM의 위기는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합리적인 대책을 내달라"고 말했다. 
 
한국GM의 구조조정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논란은 외국계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로 옮겨 붙었다. 외국계 기업이 단물만 빨다 버리는 기존 행태를 한국GM이 재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익성이 좋을 때 인수한 뒤, 사업성이 떨어지면 매각하는 이른바 '먹튀' 논란이다. 실제 2015년 하이디스테크놀로지(주) 사태, 2009년 쌍용차 사태 때 외국계 기업의 먹튀 논란이 거셌다. 
 
하이디스는 외국계 기업에 알맹이까지 뺏긴 불운한 기업이다. 2002년 현대전자가 매각되면서, LCD사업부는 중국 비오이(BOE)에 매각됐다. BOE는 중국공장과 국내공장의 전산망을 합치는 방식으로 하이디스가 특허를 낸 광시야각기술(FFS)을 공유했다. 이후 하이디스는 2006년 법정관리를 거친 뒤 2008년 대만 이잉크에 매각됐다. 이잉크는 2015년 국내공장(이천)을 폐쇄했고, 생산직 노동자 37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하이디스가 보유한 기술이 BOE와 이잉크가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됐다. 노조는 3년여 동안 농성을 벌였지만, 복직을 못한 채 21일 농성을 중단한다.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뒤 6년 만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009년 생산인력의 37%에 달하는 2646명을 구조조정했다. 민주노총 쌍용차지부는 77일 동안 평택공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였다. 이듬해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했다. 노조는 수년 동안 법적소송과 복직 투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해고자와 가족 28명이 숨졌다. 쌍용차는 마힌드라그룹의 우산 아래 2015년 소형 SUV 티볼리가 흥행했고,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두 기업은 대표적인 외국계 기업의 '먹튀' 사례로 기록됐다. 상하이자동차는 경영위기를 만들기 위해 고의로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잉크는 하이디스의 생산부문을 없애고, 특허권 장사로 수익을 내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무책임한 행태를 지적하는 비난 여론이 높았다. 
 
한국GM이 국내 모든 공장을 폐쇄하거나 철수할 경우 '먹튀' 논란은 거세질 전망이다. 노동계는 완성차 제조업체인 한국GM이 철수할 경우 2009년 쌍용차 사태 때보다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GM이 국내 일자리를 볼모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고심이 큰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한국GM을 "글로벌 강도"라고 빗대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경영위기의 책임은 GM 본사에 있는 만큼 공장 폐쇄는 철회해야 한다"며 "철저한 회계감사를 통해 한국GM의 경영상태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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