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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요구했다고 선처하면 기업들 뇌물 유혹 못 벗어나"

최순실 재판부 "신동빈 실형"…현안 인식한 부정청탁도 인정

2018-02-1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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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13일 선고된 국정농단 사범 선고에서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지난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례에 비춰 신 회장도 이번에 집행유예 형이 선고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는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바로 법정구속하면서 이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재판부는 신 회장에게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라는 현안 해결을 위한 부정한 청탁의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물론, 그 해결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직무범위에 속하고 있다는 사실도 신 회장이 인식하고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신 회장의 재단 출연자금 지원행위에 대해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라는 막대한 이권, 롯데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성공적인 상장 및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한 롯데그룹에 대한 피고인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국가 경제정책의 최종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이라는 거액의 뇌물을 공여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 판단과 같이 신 회장에 대해서도 기업인으로서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재판부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월드타워 면세점이 특허심사에서 탈락하는 사건을 경험한 후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취득이 절실했던 피고인의 입장에서,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짐작은 간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기업인들이 유사한 상황에서 모두 피고인과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뇌물을 공여했다는 사정이 분명히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요소이기는 하나, 그 영향은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형 부분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적용했다. “피고인의 뇌물공여 범행은, 면세점을 운영하거나 면세점 특허를 취득하려는 롯데그룹의 경쟁기업은 물론, 정당한 경쟁을 통해 국가로부터 사업 인?허가를 받거나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기업에 허탈감을 주는 행위이고, 적어도 사적 영역이 아닌 국가에서 수립?추진하는 정책?사업은 공정한 절차에 의하여 진행될 것이라는 사회와 국민들의 믿음과 희망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요구가 먼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70억 원이라는 거액의 뇌물을 공여한 피고인을 선처한다면, 어떠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그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경쟁을 통과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실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다소 위험이 따르지만 손쉽고 보다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뇌물공여라는 선택을 하고 싶은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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