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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기업 '대표 갑질' 기술탈취 원천 차단 나섰다

손배액 10배 강화, 컨트롤타워 신설, 가해기업 입증책임 부여 등 범정부 종합 대책 마련

2018-02-1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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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중소기업 기술보호위원회'가 신설돼 기술탈취 근절에 본격 나선다. 앞으로 기업간 기술자료 요구와 보유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피해기업에 주로 치중됐던 피해 입증책임 부담은 이제 침해 혐의 기업도 나눠지게 된다.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보상액의 경우 종전 3배 이내에서 최대 10배 이내로 강화된다.
 
당정협의를 거쳐 12일 발표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대책'에는 기술탈취와 관련해 중기업계에서 고질적 문제로 지적해온 사안을 중심으로 한 개선방안이 담겼다. 이번 기술탈취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정부는 중기부, 산업부, 공정위, 특허청, 경찰청, 대검찰청 등 6개 유관부처가 참여하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TF'를 발족하고, 중기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소기업 기술보호위원회'를 올 하반기 중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조주현 중기부 기술인재정책관은 "이전에도 기업이 기술탈취 애로사항을 호소하면 상담해주거나 관련 부처를 연계해주는 등 부처간의 협력체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중기부에서 좀더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최근 들어 적극적인 수사와 함께 민사 행정처분을 원하는 분위기가 됐다. 당연히 기존의 상담도 계속 하겠지만 앞으로 중소기업 기술보호위원회가 신설되는 과정에서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과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모니터링하며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기술탈취 근절 노력이 강화될 경우 대기업 입장에선 연구개발(R&D)을 주저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해외 사례를 들며 선을 그었다. 조주현 정책관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해 말씀 드릴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해외기업과 거래할 때는 정상적으로 값을 지불하는데 국내 중기와 거래할 때는 왜 안될까 하는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제도를 개선하는 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나온 구체적인 대책 중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기업간 기술자료 요구금지 원칙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기술 비밀자료를 거래할 경우 비밀유지협약서(NDA)를 의무적으로 체결하도록 하고 위반시 벌칙을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상생협력법' 개정을 추진해 관련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올해 안에 '기술유용 심사지침'을 개정해 하도급거래에서 예외적으로 기술자료 요구를 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오는 6월에는 '하도급법' 시행령을 개정해 요구서면 기재사항에 반환·폐기 일자를 반드시 명시하도록 한다. 아울러 기술임치제도 활성화를 위해 창업·벤처기업 등의 임치수수료를 신규의 경우 연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갱신은 연 15만원에서 10만원으로 감면한다.
 
표준하도급계약서의 기술임치제도 활용 규정의 경우 41개 업종 중 21개에 추가 반영할 예정이다. 또 '기술자료 거래기록 등록 시스템'을 구축·도입해 앞으로는 대기업과의 기술자료 거래내역, 자료를 요구한 대기업 담당자, 부당하다고 느낀 정황, 불합리한 상황 등을 기록해 향후 분쟁 발생시 유력한 입증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중소기업계가 기술탈취 소송에서 애로사항으로 줄곧 지적해왔던 피해기업의 입증책임 부담도 완화·전환된다. 피해기업 외에 가해혐의 대기업에 대해서도 입증책임을 부여하는 제도를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상생협력법', '산업기술보호법'에 도입한다. 제도가 개선되면 앞으로는 침해혐의 당사자가 자사의 기술이 피해당한 기업의 기술과 무관함을 해명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강화된다. 현재까지는 하도급법에서만 3배 이내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하도급법 외에 상생협력법,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보호법 등 기술탈취 관련 5개 법률의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행정부처의 조사·수사 권한 또한 일부 강화된다. 기술탈취 사건이 발생하면 검·경 등 수사기관 및 중기부, 공정위, 특허청 등 관련부처가 협력해 피해사건을 신속 해결한다는 계획으로, 이를 위해 올해 '사법경찰직무법'을 개정해 특허청의 특별사법경찰 직무범위를 확대한다. 현재는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이 상표권 침해에 한정해 활동했지만 앞으로는 영업비밀 침해 및 디자인 도용에 대해서도 적극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가령 중소기업기술 침해에 대해서는 중기부가 침해 기업에 시정권고를 내리고 관련사실을 공표한다. 영업비밀의 경우엔 특허청이 시정권고를 내린 후 변경조치되지 않으면 경찰청에 고발한다. 거래 상담이나 협상 단계에서 알게 된 아이디어를 탈취했을 땐 역시 특허청이 시정권고, 시정명령을 내리고 변경조치되지 않으면 명령위반죄로 형사고소 조치를 취하게 된다.
  
중소기업에 대한 법률적 조력과 물적 지원을 강화하고자 '공익법무단'도 운영할 방침이다. 변호사협회와 협력해 대기업의 자료 요구 대응부터 소송까지 일대일로 전담 자문하고, 공익법무단 활용기업에는 연간 최대 500만원을 지원한다. 특허심판에 '국선대리인' 제도도 도입한다. 국선대리인 수행사건에 대해 심판 수수료를 감면하고, 특허공제, 소송보험, 정책자금, 판로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기술탈취 피해기업의 경영정상화 또한 지원한다.
  
이밖에 기술보호를 위한 상생노력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 촉진에도 나선다. 대·중소기업 간 활발한 기술거래 환경을 조성하고, 대기업 등의 기술보호와 기술나눔을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대·중소기업 임직원 교육강화, 기술보호 기획 방송·기사 제작·홍보 등을 통해 기술보호교육 및 기술탈취 문제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제고할 예정이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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