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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노동시간 연착륙 필요"…고개드는 '노동정책' 신중론

총리 등 고위인사들 잇단 언급…대통령 공약도 후퇴 움직임

2018-02-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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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정부가 노동시간과 최저임금 등 대표 노동정책에 '신중론'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업의 여건을 고려해, 노동정책의 방법과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2일 노동계와 경영계에 따르면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 주요인사가 노동정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노사간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노동계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고, 주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공약을 수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대로 노동정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노동계는 요구했다. 
 
이 총리는 지난 8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 참석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최대한 조화점을 찾고, 연착륙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향후 경제의 부담 정도를 보며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정책이 기업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을 겨냥했다. 김 부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최저임금을) 특정연도를 목표로 잡기보다 제반 사항을 검토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의 목표 시점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6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묻는 질문에 "정부에 (속도를 조절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반도체 업계 행사에 참석해 '플렉스아워(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백 장관은 "(도입 여부를) 고용부와 관련 부처와 함께 고민해보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계절과 경기를 고려해,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노사가 합의할 경우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할 수 있다. 
 
정부 주요인사의 이 같은 발언은 당초 정부가 추진했던 방향과 배치된다. 정부는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저임금 노동자의 근로소득을 높이기 위해 정책을 추진했다. 최근 당정은 경영계의 의견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휴일수당 지급률을 현행 1.5배로 유지하고, 노동시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해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최근은 휴일수당 중복할증 대신 대체휴가를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마저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인사 사이에 나온 것이다.  
 
노동계는 연장수당과 휴일수당을 합산해 통상시급의 2배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52시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정부도 노동계의 입장에 공감했다. 정부가 노동정책의 무게중심을 경영계로 옮길 경우 최저임금 인상효과와 노동시간 단축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사는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노동계 관계자는 "기업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건 공감한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예정대로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계 관계자는 "청년 일자리를 늘리려면 노동개혁도 기업의 여건을 감안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정의 대표자가 지난달 31일 노사정위원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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