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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다음주 최순실 판결문 예의주시…하나금융 회장 인사 연관시 은행법 제재

김 회장 아들 부당지원 의혹 자료 검찰에 이첩 등 전방위 압박

2018-02-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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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문지훈 기자]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최순실씨의 1심 선고가 다음주 예정된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최씨의 KEB하나은행 인사개입 관련 내용이 적시되는 판결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씨가 정부 고위직을 통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에 특정 임원의 승진을 요구했고, 김정태 회장이 은행 경영진에 지시했다는 내용이 판결문에 언급되면 금감원은 김 회장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감원은 하나금융의 김 회장 아들 부당지원 의혹에 대해서도 형사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 수사기관에 자료를 넘기는 등 경영진 비리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최순실씨 선고 판결문에서) 최씨의 하나은행 인사 개입에 따라 하나금융 경영진이 부당한 인사를 했다는 내용이 적시된다면 (은행법 위반 사항인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법에서는 은행의 대주주가 은행의 인사 또는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나은행 인사개입 의혹은 최순실씨의 부탁을 받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에게 최씨의 자금관리를 도운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의 승진과 조직 개편을 요구했고, 김 회장이 은행 경영진을 통해 이를 실행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최씨의 공소장에 김 회장의 개입 혐의를 적시했으며, 김 회장도 법정 진술에서 이 전 본부장의 승진 여건 조성을 위해 조직개편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함영주 행장은 회장의 지시 없이 스스로 인사 지시를 내렸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노조 역시 이 같은 하나금융 경영진의 부당 인사가 판결문에 적시될 경우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은행장을 은행법 위반으로 금감원이 제재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작년 말 노조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는 이들 경영진에 대한 제재를 요청했었으나, 금감원은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검찰은 은행권 채용비리 관련으로 이날 하나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 사외이사나 계열사 사장과 관련된 지원자 명단인 이른바 'VIP 리스트'를 작성, 관리하며 입사 과정에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 경영진의 부당한 인사 개입이 드러날 경우, 김 회장의 책임 소지도 포함될지 주목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지난주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하고, 김정태 회장의 아들 부당지원 혐의에 대한 검사 자료들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계열사를 동원해 김정태 회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의 물품을 대거 구매했다는 혐의이며, 회사 자금으로 친족을 부당하게 지원한 것은 형법상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
 
김정태 회장의 아들인 김모씨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도소매를 목적으로 지난 2015년 쇼핑몰을 설립했다. 김씨의 쇼핑몰은 한 물티슈 전문 업체로부터 물티슈를 공급받아 판매했는데, 문제는 2016년 하나금융 계열사에서 김씨의 회사에서 판매하는 물티슈 등을 고객 사은품 명목으로 상당량 구입했다는 것이다.
 
김씨의 회사가 물티슈를 공급받은 회사는 박문규 전 하나금융 사외이사가 주주로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박문규 이사는 김정태 회장 아들 특혜 지원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말 돌연 사퇴했다.
 
검찰은 김 회장의 개인비리 혐의에 해당하는 해당 건에 대해 수사 여부를 판단 중이다. 전직 하나금융 관계자는 "최근 검찰로부터 김 회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 물품을 계열사의 판매촉진이나 고객 사은품 명목으로 사용한 것이 맞느냐고 묻는 내용의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지난주 하나은행 검사를 마친 후 검찰에 넘긴 자료에는, 김정태 회장 아들 및 사외이사가 운영하는 물품을 부당하게 구입했다는 의혹 외에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1호 기업'으로 불리는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특혜대출 의혹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은 지난달 차기 회장에 내정된 김정태 회장이 오는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되기 전에 김 회장 등 경영진의 비리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분위기다. 김 회장이 임기를 시작한 후에 형사법이나 은행법 위반으로 처벌받으면, 갑작스러운 경영 공백 사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관련 법령 위반은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해당 금융사 임원의 소명을 듣거나 여러 의견을 참조하는 등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를 감안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김정태 회장의 개인 비리까지 확대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검찰 수사에 부담을 느낀 김 회장이 자진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이 하나금융에 회장 선임 절차를 연기하라고 권고한 것도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뜻이었다.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금융법이나 형법 위법사항이 나오면 임원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며 "(그런 사항이 오면) 거취를 결정해야한다는 것을 CEO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문지훈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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