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기철

정호영 전 특검 기소여부 불투명…검찰 "고심 중"

'고의' 있어야 특수직무유기죄 성립…'범죄 의도적 은폐' 입증 쉽지 않을 듯

2018-02-04 17:07

조회수 : 2,76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검찰이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정호영 전 특별검사에 대한 기소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검찰 다스 수사팀(팀장 문찬석 차장검사)은 지난 3일 오후 정 전 특검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수사팀은 9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에서 정 전 특검을 상대로 2008년 2월 특검 수사 당시 확인한 다스 자금 120억원 횡령사건을 경리여직원 개인 횡령으로 결론 낸 경위와 형사처리하지 않은 이유,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 부분을 제외한 이유, 검찰에 명시적으로 사건 통보를 하지 않은 이유 등을 캐물었다. 특히 특검 수사가 당시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은 아닌지 집중 추궁했다.
 
정 전 특검은 조사를 마치고 당일 밝은 표정으로 귀가 하면서 “상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오해가 다 풀렸느냐는 질문에도 “제 생각에는 그렇다”고 밝혔다.
 
정 전 특검은 2008년 2월21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비자금 조성처로 의심받고 있던 다스로부터 이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자금은 없다고 확인했다. 다스에서 빠져나간 120억원을 추적했지만 당시 경리여직원 조모씨의 개인 횡령으로 파악 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설립과 운영에 개입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 전 특검의 이 같은 주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상당부분 흔들리고 있다. 우선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설립·운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는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 조사 시 다스 설립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또 정 전 특검 수사에서는 이와 관련해 허위로 진술했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더 나아가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임을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들이 검찰 조사에서 확보되고 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볼 때 ‘120억 횡령’ 부분도 조씨 개인의 범행으로 결론 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더욱이 ‘국론분열’, ‘특검수사 한계의 일탈’, ‘다스의 조씨에 대한 처벌불원’ 등을 이유로 형사처리를 하지 않은 점, 검찰에 명시적으로 사건통보를 하지 않은 점은 참여연대가 고발한 특수직무유기 혐의에 일단 해당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검찰도 같다.
 
그러나 검찰이 정 전 특검에게 특수직무유기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죄는 범죄 수사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죄를 범한 사람의 죄를 적극적으로 은폐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있어야 성립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사건을 잘 알고 있는 한 중견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는 “특수직무유기죄의 직무유기는 중과실을 넘어선 고의를 말한다”며 “당시 특검팀이 횡령 부분을 인지하고도 전혀 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고의를 의심할 수 있겠지만 수사 후 기소하지 않았거나 검찰에 명시적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의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도 “특검의 무능이나 수사상 실책을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고 형사기소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검찰의 수사실책을 검증하는 특검의 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다. 수사 실책을 문제로 기소한다면 앞으로 누가 특검을 맡겠느냐”고 지적했다.
 
물론 기소를 전망하는 의견도 있다. 부패사건을 많이 다뤄 온 한 변호사는 “직무유기의 고의성 판단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최근까지 검찰이 발견한 증거자료나 참고인 등의 진술이 정 전 특검에게 책임이 있다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며 “정책적 고려 보다는 수사에서 확보된 증거로만 판단할 경우 기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신중한 입장이다. 다스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정 전 특검에 대한 추가 소환이나 기소여부에 대해 “조사결과 종합해서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스의 ‘120억 원 횡령’ 정황을 파악하고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호영 전 BBK 특별검사가 지난 3일 오후 서울동부지검에 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 최기철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