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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금융권 가계부채 옥죄고 기업금융 확대 유도

고위험 LTV 관리로 40조원 감축…기업대출 예대율 가중치는 하향

2018-01-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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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자본규제 개편방안의 핵심은 가계대출과 부동산에 편중된 자금 흐름을 기업금융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LTV(담보인정비율)가 60%가 넘는 고 위험 LTV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한 은행의 자본규제 부담은 최대 2배로 늘리는 한편 중소기업 신용대출 활성화를 위해 평가항목 신설했다. 아울러 예대율을 조정해 자연스럽게 가계대출에서 기업대출로 자금 흐름을 유도하고자 했다. 금융위는 이번 자본규제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최대 40조원의 가계신용 감축 유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가 현행 35∼50%인 은행권 LTV가 60%를 초과 또는 만기시 원금상환 10%미만의 주담대 자본규제 부담을 70%로 상향시키며 대출억제에 들어간 이유는 그동안 은행권 주담대가 가계부채 확대의 주범으로 지적받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2014년 9월 부동산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LTV·DTI를 완화한 것도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015년∼2016년 사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93조5000억원으로 연 평균 60조원 수준이었던 과거 추세를 크게 상회했는데, 이중 은행권의 증가액은 53조7000억원으로 약 57%를 차지했다.
 
금융당국의 이번 자본규제 상향으로 은행권은 고 LTV대출에 대해 꺼려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은행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BIS비율은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반비례하는데 이번 조치로 고 LTV를 많이 부담할수록 안전성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규범 바젤Ⅲ은 BIS비율을 8%이상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자기자본비율은 기본자본+보완자본을 분자로, 위험가중자산을 분모로 하는데, 위험가중자산은 위험가중치와 대출자산으로 이뤄진다.
 
결국 고 LTV를 많이 부담할수록 위험가중치도 높아지고, 분모의 상승으로 자기자본비율 8% 유지가 어렵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조치는 만기연장을 앞두고 있는 고 LTV를 보유중인 차주들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60%정도 되면 같은 주담대라고 해도 위험도나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며 "LTV가 60%수준이면 상환 위험 등에서 임계 선상이으로 지금해야 조치하는 수준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가항목 신설은 지난 15일 발표했던 금융혁신 추진방안 중 기업금융 활성화 방안 의 세부대책이다.
 
사실, 이미 금융위는 2014년 하반기부터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를 목적으로 '기술금융 실적 평가'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부분 금융부채잔액 감소는 이어지고 있으며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한 2015년부터는 가계대출과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등 뚜렷한 결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수치상으로도 2009년∼2017년 9월 중 가계부채잔액은 8.3%였지만 기업부채잔액은 5.6%로 약 2분의 1수준이다.
 
이 가운데 은행 경영실태평가에 ‘중소기업 신용대출 지원실적’을 포함하고 5%의 가중치를 부여하겠다는 금융위의 발표는 은행권의 기술금융 취급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다.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는 1∼5등급으로 나뉘지만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를 포함하면 총 15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경영실태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게 되면 검사 주기가 짧아지는데 2등급을 받을 경우 3년에 한번, 3등급은 2년6개월에 한번 받는 형태다. 경영실태평가 하락으로 검사시기가 짧아지면 부담이 될 수 없는 만큼, 은행권은 신설된 지원실적 평가 항목에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간에 은행 예대율 가중치를 차등화하는 방안은 가계대출에 쏠린 금융 흐름을 기업대출로 자연스럽게 끌어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예대율 자체가 2012년 7월 도입될 당시 ‘은행의 외형경쟁 유인 억제’ 등 정책적 목적으로 도입된 만큼 이번에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기업대출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예대율 산정시 가계대출의 가중치는 상향(15%)하고,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하향(-15%)할 계획이다.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누는 예대금은 100%보다 작거나 똑같아야 하는데 100%를 초과할 경우 건전경영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간주된다.
 
금융당국은 분자인 대출금을 가계대출과 기업대출로 구분해 가중치를 부여하겠다는 것인데 가계대출에 치중된 곳은 예대율이 100%를 초과하게 되는 반면 기업대출이 많은 은행들은 -15%의 여유가 생기게 된다. 지난해 9월 시중은행 평균예대율은 99.6%다.
 
금융위는 급격한 대출여력 축소 방지, 기업대출 취급유인 제고 등을 위해 가계·기업부문 가중치를 함께 조정하기로 했다. 또 은행별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 예수금 조달 등 준비기간을 감안해, 올해 하반기 중에 시행할 예정이다.
 
단 가계·기업부문간 자금배분 유인구조 개선이 주목적인 만큼, 기업대출이 없는 은행(인터넷전문은행)은 종전 방식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가계·기업대출 가중치 차등적용시, 규제은행 예대율은 가중치별로 0.5%∼1.0%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시중은행의 예대율은 전반적으로 상승하게 되지만 기업대출이 많은 지방은행 예대율은 오히려 하락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한편 금융위는 이번 자본규제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최대 11조원 줄어들고 주담대가 최대 36조원 줄어들 것이라고 계산했다. 은행권의 BIS비율은 0.14%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혁신기업 보다 가계대출·부동산 분야로 자금흐름을 유도하는 비대칭적인 규제부문에 균형추를 세우고, 전 금융업권의 가계금융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비한 것"이라며 "자본규제 개편방안을 필두로 공공기관 연대보증 폐지, 동산담보·기술금융 활성화 등 생산적 금융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 19일 오전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 개편 테스크포스 회의'가 열린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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