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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사람)"세종시, 서울 ‘식민지’ 아닌 미국 ‘워싱턴’처럼 돼야"

‘노무현의 도시’ 저자 김규원 기자가 말하는 지역균형 발전론

2018-01-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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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김규원 한겨레신문 기자는 대한민국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발에 땀나게 뛰어 다니는 ‘전사’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세운 ‘충청권의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고, 이후 온갖 협잡과 잡음에 맞서며 자신만의 균형 발전론을 정립시켜왔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는 여러 차례의 기획기사로 ‘세종시 수정안’이란 탈을 쓴 ‘행정도시 백지화안’에 저항했고, 2014년에는 직접 회사 측에 자원해 세종시에서 2년간 살아보기까지 했다. "15년 간 ‘지역균형’이란 주제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는 그가 쓴 ‘노무현의 도시’에는 그런 그의 소신과 신념이 진득하게 배어 있다. 17일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간을 집필하게 된 배경부터 세종시와 지역균형에 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김 기자가 책을 집필하기로 결심한 시점은 세종시에 직접 내려가 근무하던 2015년 무렵이다. 그동안 세종시를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건설 과정 중 잘잘못, 앞으로 가야 할 방향 등을 한 번에 정리하고자 했다.
 
김 기자는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내세웠을 때 사회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실제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진보적정책이 실현되기란 힘들구나’란 생각이 들 만큼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또 "언젠가 한 번 세종시에서 살고 경험하면서 이 문제를 정리해보고자 했는데 결국 이렇게 책까지 쓰게 됐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총 2개 파트로 나눠진 책은 지역균형 발전과 세종시에 관한 김 기자의 생각이 고루 담겨 있다. 1부에서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가장 좋고 효율적인 방법이 ‘수도 이전’임을 역설하고, 2부에서는 제2수도로서 세종시의 ‘결핍’에 관해 이야기하며 앞으로 보완해야 할 방안들에 대해 논하고 있다. 
 
 김 기자는 "우리나라의 중심 권력은 여전히 서울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마저 자신의 고향 발전에 반대하고 있다"며 "그래서 나는 세종시를 포함한 지방이 점차 서울의 ‘식민지’가 되고 있다고 표현한다. ‘서울 권력’의 이기적인 욕망이 다른 지역의 삶의 권리를 앗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의 ‘이전투구’는 지역 균형의 본질을 흐린 주 원인이었다. 15년간 취재하면서 김 기자가 느낀 것은 소모적인 논쟁만 되풀이 됐다는 점이다. 그는 그동안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 세종시의 행정수도 기능을 무산시키려 했다"며 "행정부 자체를 옮기지 않으려 했다. 그때 1년 가량 선후배 기자들과 함께 기사로 집중 조명하면서 문제점을 짚고 해결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정치계의 투쟁 구조 속에 지역균형 발전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면서 "머리를 맞대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고민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다.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안이 올해 개헌을 통해 이뤄졌으면 하지만 정치인들의 이견으로 실현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예상했다. 
 
파워엘리트 계층의 이동이 그는 서울 권력을 분산시킬 거라 확신했다. 그는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 국회의원, 사무처 직원 등 규모는 얼마 안되지만 이들은 사회를 움직이는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옮기면 자연히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경제 파워 엘리트들도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다면 김 기자가 그리는 세종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중앙행정, 도시행정 등 용도별로 분산돼 있는 현 세종시의 도시 구조를 지적하며 ‘콤팩트 시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콤팩트시티는 도심 중앙 지역을 우선 개발해 대중 교통이나 사람들의 활동을 효율화하고, 도심의 여러 기능을 짜임새 있게 연결하는 안이다.
 
김 기자는 "도시 기본 계획을 바꾸면 되기에 지금이라도 도시 구조는 수정돼야 한다고 본다"며 "먼저 도시 중심에 위치하지만 활용성이 떨어지는 80만평의 장남평야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외국처럼 사람들의 생활과 밀착된 곳곳에 10만평 정도의 공원을 조성하고, 중앙엔 사람들의 활동성이 강화될 수 있는 공공용지나 상업업무용지로 개발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다.
 
또 미국의 워싱턴을 모델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미국은 정치·행정 수도를 워싱턴으로, 경제·문화의 중심지를 뉴욕으로 분담하고 있다"면서 "서울과 세종도 비슷한 모델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링컨이나 제퍼슨 기념관,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상징적인 시설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마지막으로 김 기자는 독자들이 책을 계기로 타자의 삶을 돌아보고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는 "거창한 것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서울 인구의 10%만 옮길 수 있다면 지역이 골고루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어떤 곳에 살건 소외나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감과 긍지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간 '노무현의 도시'를 펴낸 김규원 기자. 사진/필자 제공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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