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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차기태의 경제 편편) 아동수당, 모 아니면 도

2018-01-1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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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부터 지급될 예정인 아동수당은 출산을 장려하고 가계소득을 늘려 구매력을 보강하려는 1거양득의 정책이다. 출산기피 현상이 워낙 심각하기에 저출산현상을 완화해보자는 취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가운데 하나로서, 올 7월부터 0∼5세 자녀가 있는 모든 가구에 월 10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작년말 국회에서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시행 시기가 9월로 미뤄지고 소득상위 10%를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게 됐다. 만 5세 이하 아동 253만명 가운데 25만3000명이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새해가 되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모든 가구에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동수당법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회에서 법안을 논의하면서 제외된 10%도 다시 포함시키면 된다. 올해 아동수당 예산은 7096억원이 반영돼 있다. 애초 정부예산안보다 3913억원 깎였다. 모든 가구에 지급하려면 예산을 다시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재정규모로 볼 때 큰 부담이 되는 금액은 아니다. 결심하고 결의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박장관이 이런 방침이 못 마땅한 모양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도 박 장관에 대해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며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사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모든 국민이 다 함께 겪고 짊어지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대한민국의 자식들을 낳고 키우는 과정이다. 말하자면 대한민국 국민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의 하나이다. 아동수당 지급의 진정한 의의는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소득수준에 따라 나누는 거은 불필요한 타당한 일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에게는 월 10만원이라는 것이 사소한 금액일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런 가구의 경우에도 아동수당이 지급됨으로써 대한민국의 자식들을 키워간다는 정체성이 확실하게 체득된다. 그렇다면 소득구분 없이 모든 대상 가구에 지급하는 것이 옳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절차상으로도 훨씬 간명하다. 10%를 제외하는 작업을 위해 행정인력과 비용이 별도로 투입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운명의 변전이란 알 수 없다. 지급대상에 들어있지 않았다가 운명의 배신으로 말미암아 지급대상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해마다 대상자를 다시 넣었다 빼는 작업을 벌여야 하는데, 행정은 더욱 복잡해지고 비용도 더 들어가게 된다. 이 얼마나 큰 낭비인가.
오늘날 국가는 도로나 철도 상하수도 등 여러가지 사회기반시설을 재정사업으로 건설한다. 이들 유형의 인프라시설 뿐만이 아니다. 많은 나라에서 아동수당을 비롯해 무상교육 무상급식 등 무형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모두가 국가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추진되고 시행된다. 재정여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이들 사업에는 당연히 우선순위가 있다. 재정여력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사업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고등학교 무상교육의 경우 우리나라는 아직 전면적으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 사업은 공통적으로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시행되는 것이 오늘날의 상식이다.
예컨대 국도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한다. 상수도요금이나 철도요금, 고속도로 통행료의 경우 소득이 높다고 해서 더 받지 않는다. 아동수당도 마찬가지이다. 여건이 하락하기에 도입하기로 한다면 소득수준에 따른 구별은 사실 필요하지 않다. 유럽의 복지선진국들도 대부분 소득구분 없이 모두 지급하고 있다.
 
지금 아동수당 지급대상을 나누자는 것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논리와 주장을 답습하는 모양새다. 오 전 시장도 소득에 따라 무상급식 대상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시장 자리까지 걸었다가 패배하고 물러났다. 이제는 전국 어디서나 재정여건이 허락하는 한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무상급식 대상을 제한하자는 주장이 잘못된 것이었음이 입증된 것이다.
 
아동수당 지급대상을 나누자는 것도 이와 비슷한 전철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지금 소득에 따른 지급제한을 고집하는 것은 아집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물의 이치나 인간세상의 정리로 보나 결론은 분명해 보인다. 아동수당 재정여건상 아예 못한다면 말고, 지급하기로 했으면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옳다. 모 아니면 도이다.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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