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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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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거침없는 중국, CES마저 점령

2018-01-15 16:39

조회수 : 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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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박람회로 꼽히는 CES마저 점령했다. 각 국을 대표하는 4000여개 참가기업 가운데 중국은 미국(1744개) 다음으로 많은 1325개의 기업들을 출전시켰다. 외형적 성장 외에 질적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CES 2018을 제 집 안방처럼 누볐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의 메인 전시장인 센트럴홀에는 창홍과 TCL, 하이센스, 화웨이, DJI , 알리바바 등 내로라하는 중국 간판스타들이 부스를 꾸렸다. 하이얼은 LG전자 바로 옆에 자리하며 라이벌로서의 지위 격상을 노렸다. 중소기업들이 포진하는 사우스홀 플라자는 수백여개의 중국 벤처들로 채워졌다. 로봇관에 차려진 중국 기업 부스는 20개로 전체 참가기업의 절반을 넘었다. 각종 산업의 기술 동향과 흐름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CES가 중국 기업들의 잔치 무대가 됐다.
 
기술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이번 CES의 최대 화두였던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사물인터넷(IoT), 5세대 통신(5G),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디스플레이 등 4차 산업혁명을 태동시킬 전 분야에서 중국은 약진했다. 일례로 바이두는 AI 기반의 자율주행차 시스템 '아폴로 2.0'과 대화형 AI 플랫폼 '듀어OS'를 적용한 스마트폰·가전·AI스피커 등을 공개하며 데뷔무대의 부담을 떨쳤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주어졌던 짝퉁 국가의 이미지는 세계 최대 프리미엄 시장인 북미의 황금빛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새롭게 탈바꿈됐다. 리처드 유 화웨이 CEO는 2년 연속 CES 기조연설자로 나서며 달라진 위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를 바라보는 한국 기업의 위기감은 현실이 됐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CES 전시장을 둘러본 뒤 "첨단 술 분야는 물론 IT, 제조업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고 말했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왜 중국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중국은 규제가 적어, 미국이 생각한 것을 실현하고 국가가 보호해준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중국의 굴기가 블랙홀과 같은 무한대의 내수시장에, 정부의 강력한 육성정책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말로 받아들여진다.
 
한때 한국은 일본을 넘보지 못했다. 소니로 대표되는 전자강국은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며, 조선을 비롯한 중공업도 그저 가격경쟁력으로 대적할 뿐이었다. 지금은 삼성전자가 소니 자리로 올라섰으며, 조선 등 여러 부문에서도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 지금 중국이 제2의 한국을 꿈꾼다. 추락한 일본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은 정확하고도 냉정한 현실 인식이 첫 단추다.
 
이지은 산업1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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