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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시론)2018년의 창업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2018-0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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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44년만에 부로 승격했으며 올해 창업 및 벤처 부문에만 4500여억원을 지원한다. 교육부도 대학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투자를 받아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대학 창업 펀드도 조성했는데 작년보다 30억원 늘어난 150억원을 투입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창업교육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은 상당수 창업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창업교육의 효과가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기들은 안정된 직장 다니면서 왜 자꾸 청년들한테 창업하라 하냐고 대학생들이 항의를 할 정도다. 그렇다면 대학의 창업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인가?
 
얼마 전 한 미국 경영대학원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교수자는 수시로 질문을 하고 학생들은 대답하고 질문하느라 손을 열심히 들었다. 강의시간 내내 손을 들고 있던 한 학생은 ‘자유의 여신상’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우리나라 대학의 강의실에서는 교수자가 질문을 하면 강의실이 조용해지는 경우가 많다. 교수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학생들이 눈을 피한다. 강의를 마치는 시간이 거의 다 돼 어떤 학생이 질문을 하니 주변에서 짜증어린 시선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왜 학생들은 교수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스스로 질문을 하는데 주저하는지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일방적인 학원식 강의에 익숙해져서 다른 학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그런단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멍청한 대답이나 질문을 하면 창피해지는 상황이 두려워서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 ‘찍혀서’ 실패할까 걱정이란다. 하지만 미국의 경영대학원에서도 똑똑한 대답과 질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강의실에서는 교수자가 누군가를 지목할까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미국 경영대학원 강의실에서는 다른 학생들이 대답과 질문을 통해 학생들은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된다.
 
질문에 대한 이런 인식은 사회에 나와서도 이어진다. 전통적인 회사에서는 질문하기가 어렵다. 상관 지시에 대해 반박이나 대안의 의미로 꺼내는 질문을 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런데 스타트업이나 벤처회사를 창업할 때, 창업가들은 기존 사업과는 다른 접근방법을 택해야 한다. 모든 혁신은 현재의 상황을 의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질문이 꼭 필요한 이유다.
 
창업가가 창업을 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요인 중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fear of failure)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어떤 일에 대해 성공을 원하는 동기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클 때, 창업가는 실패와 관련된 불안을 줄이기 위해 직면한 상황을 회피하게 된다. 또한 이전의 창업 연구에 따르면 실패로 인한 결과를 두려워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수치와 당황을 경험하는 것 ▲자신의 가치가 평가절하 되는 것 ▲사회적 영향력을 잃는 것 ▲불확실한 미래를 갖는 것 ▲중요한 타인을 속상하게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조직문화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싸움에 진 사무라이에게 할복은 고귀한 의무로 여겨지는데 이런 문화라면 기존의 명령체계를 벗어난 새로운 혁신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는 실패한 창업가에 대해 할복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싶다.
 
우리가 창업생태계를 강화하려면 숙련된 사업가들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 어떻게 숙련된 사업가가 될 수 있을까? 보통 투자자는 실패 경험을 가지고 있더라도 연쇄 창업가를 선호한다. 실패의 경험이 성공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의 창업교육은 일이 크든 작든 학생들이 일단 시도해보고 실패해볼 수 있도록 경험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에게 거절당해 보고 감축경영을 위해 직원을 해고해본 창업가와 그런 경험이 없는 창업가는 큰 차이가 있다. 실제 경험이 자신감에 큰 도움이 된다.
 
창업교육에 열을 올리는 교수, 관심 없는 학생들, 창업실적을 따지는 정부, 현재 우리나라 대학 창업교육 현장의 민낯이다. 창업 성과를 기대하기 전에 학생들로 하여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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