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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철

(토마토 칼럼)적폐, 뿌리 뽑지 않으면 더 강해진다

2017-1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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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돌아보는 연말이다. 다사다난 했던 올해,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슈로 단연 첫 손에 꼽히는 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다. 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10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낭독한 대통령 탄핵 인용결정 중 이 한 마디는 전 국민과 전 세계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직전 해 10월부터 시작된 촛불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분노한 시민 2만명의 손에 들린 촛불로 시작된 탄핵 요구 촛불 집회는 엄동설한 속에서도 하루 최대 232만개가 타오르는 등 수개월간 1200만명에 의해 불타올랐고, 마침내 탄핵이라는 전무한 역사적 순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올해 5월9일 국민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침몰하던 대한민국호의 키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맡겼다. '권선징악' 동화 같은 결말이다.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 1호 '적폐 청산'을 위해 묵묵히 달려왔다. 그러나 적폐 청산을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한 상태에서 70%대를 유지하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한 단계 아래로 내려앉았다. 지지율 하락을 이끄는 중심세력은 기득권 언론, 그리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일부 야당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무기는 다름 아닌 프레임 덧씌우기다. ‘정치보복’이라는 구호 아래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익숙한 프레임을 내걸고 적폐청산 중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심을 등에 업고 출범한지 고작 7개월밖에 안된 대한민국호 선장이 겪고 있는 일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다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혹여 적폐 청산의 동력을 잃을까 걱정이다.
 
며칠 후면 새해다. 이대로 가다간 1200만개 촛불의 의지를 이어 받은 ‘촛불 대통령’이 가랑비에 옷 젖듯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 아닌 우려가 든다. 결국 개혁이 성공하는 길은 국민의 확고한 지지다. 적폐 세력이 피해자로 둔갑하려 하는 순간 국민이 기민하게 알아채야 한다. 우기면 이긴다는 논리가 더 이상 먹히지 않도록 눈을 부릅떠야 한다. 지난해부터 시작해 마침내 올해 탄핵에 이르기까지 이미 여러 차례 깨어있는 시민들은 적폐의 진면목을 생중계로 지켜본 바 있다. 보수를 가장한 수구 세력과 이에 동조하는 조직이 폭력과 욕설로 촛불시민을 위협하며 반발하던 모습 말이다.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잘못됐다고 우기는 수많은 국회의원들은 틈만 나면 촛불을 폄하하며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JTBC의 보도를 통해 탄핵의 스모킹 건으로 작용한 태블릿PC 역시 가짜라고 주장했던 그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 본인 역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탄핵을 인정하지 않았고, 지금도 재판을 거부하며 유아독존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적폐청산을 향한 쉽지 않은 싸움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될 공산이 크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져 ‘권선징악’ 동화의 외전이 양산될 우려마저 있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여전히 힘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적어도 적폐와의 싸움만큼은 현 대통령의 선의와 의지를 믿고, 강력히 지지해야 한다. 적폐는 기회가 왔을 때 뿌리 뽑지 않으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무술년에도 깨어있는 시민의 힘과 지지는 지속되어야 한다. 
 
정헌철 중기벤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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