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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차기태의 경제편편)이제 현대차가 응답해야 한다

2017-1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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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이었으나 이제 어려운 시기는 지나가는 것 같다."
지난주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마지막날인 16일 충칭(重慶)에서 현지 교민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번 중국 방문의 목적과 이유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그동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우리 기업과 교민이 겪어온 어려움도 이제 끝나간다는 설명이었다.
 
사드배치로 말미암아 얼어붙은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타개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참모들이 얼마나 고심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그런 고심의 결과 이번 중국방문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듯하다. 한중관계는 다시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보복의 칼도 거둬들이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그동안 보류돼 온 장쑤(江蘇), 산둥(山東), 광둥(廣東) 등 3개 지역의 한중 산업단지 건설을 지난 15일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실 이번 방문 기간중 문 대통령은 철저하게 실리외교에 집중했다. 사드갈등을 해결하는 데 모든 외교역량과 수단을 집중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중국을 "대국"이나 "높은 산봉우리"로 치켜세우고 한국을 "작은 나라"로 지칭하기도 했다. 중국의 자존심을 한껏 세워준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는 홀대론이 불거져 나왔다.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는 ‘조공외교’ 또는 ‘굴욕외교’라는 비난도 서슴치 않았다. 사진기자 2명이 집단폭행당한 사건은 이같은 비난에 기름을 부었다.
문 대통령이 이런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에서 실리외교에 집중한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사드 문제로 국내 기업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루 300억원의 경제손실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추산이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자고 나면 하나씩 무역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시장마저막히도록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특히 큰 두통거리는 중국시장에서 판매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였다. 올 들어 11월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2% 줄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마디로 문대통령의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다모클레스의 칼’이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고전은 중국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하기로 한 신세계나 롯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신세계와 롯데는 사드 이전부터 중국사업에 사실상 실패해 스스로 철수한 측면이 강하다. 동반 진출한 협력사 문제도 크지 않다. 이에 비해 현대차는 함께 진출한 부품사들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충칭까지 가기로 한 배경에는 현대차의 이런 어려움이 한몫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기에 문 대통령은 충칭의 베이징현대차 제5공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대외적 어려움이 해소됐을 것으로 믿는다"며 직원들을 위로했다. 앞으로도 어려움을 만드는 대외적 요인이 있다면 정부가 앞장서서 해소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애잔한 느낌을 주는 순간이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중국방문을 보면서 시종 애잔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현대차 공장에서 이런 발언을 할 때의 애잔함은 더욱 짙었다. 만약 현대차를 비롯해 우리 기업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중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고 성장하고 있었다면? 아마도 문대통령이 지금 이토록 급하게 중국을 갈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은 정반대였다.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야당과 일부 언론은 비난만 거듭했다. 사물의 이치로 보나 인정으로 보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사실은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정부 아닌가?
 
문 대통령이 현대차 공장을 방문해서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대통령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놓았으니 이제 현대차가 더 분발하라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끌고 재도약하기 위해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야 한다는 요구이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현대차에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서도 우뚝 서주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남겼다. 대통령이 한 기업을 향해 할 수 있는 최고의 덕담을 건넨 것이다.
이제 현대차가 응답할 차례이다. 정부와 국민을 더 이상 걱정시키지 않겠다는 각오를 새로이 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 국민이 아낌없이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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