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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사람)“'내 글이 어떻게 비춰질까'란 두려움 없애야"

'손바닥 자서전 특강' 공동 저자 백승권씨 인터뷰

2017-12-18 09:28

조회수 : 8,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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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좀처럼 펜이 움직이지 않는다든가, 몇 시간째 깜박이는 컴퓨터의 ‘커서’만 하염없이 쳐다본다든가. 마음먹고 글을 써보려 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봄직한 경험이다. 잘못된 표현이나 문법은 둘째 치고 아예 시작조차 엄두가 안나는, ‘쓰기 공포증’ 때문일 것이다. ‘손바닥 자서전 특강’의 공동 저자 백승권씨는 이런 현상을 걷어내는 것에서부터 글쓰기의 과정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어떻게 해야 두려움에서 벗어나 쉽고 좋은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을까. 지난 15일 그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글과 인생, 그리고 신간을 쓰게 된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손바닥 자서전 특강' 공동 저자 백승권씨. 사진/필자제공
 
- ‘손바닥 자서전’이란 책을 기획하고 쓰게 된 이유는.
▲지자체나 공공기관, 기업체 등을 다니면서 자신의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하지만 의지는 굉장히 강한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연구해 발견한 게 바로 손바닥 만한 크기에 매일 자신의 이야기를 쓰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시간순서가 아니라 쓰기 편하고 좋은 것부터 써보는 것이다. 그렇게 10~20편 토막 토막 자신의 이야기가 모이다보면 어느새 ‘글’이 된다. 어떤 분들은 200매~500매 분량의 자기 이야기를 썼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책으로 엮게 됐다.
 
- 책은 자서전을 다루지만 ‘글을 쓰는 법’에 관해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전작 ‘글쓰기가 처음입니다’의 연장선으로 봐도 되나.
▲ 전작이 글쓰기 전반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번에 나온 것은 자서전이라는 장르에 관한 것이다.하지만 실제로는 자서전이라 하더라도 소설 등 다른 장르로 풀어내는 방법도 설명하기 때문에 결국 전작과 연결된 책이라 봐도 된다. 시중에 나온 글쓰기 책들은 보통 높은 차원의 인사이트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인사이트는 막상 글쓰기 초보자들이 쉽게 적용할 수 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오히려 스스로의 기대 수준을 높여 글쓰기와 멀어지는 부작용도 생긴다. 그래서 글쓰기에 관한 실용적인 측면에 더 집중해서 접근해보고자 했다.
 
-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가르친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기자, 청와대 행정관 등 다양한 활동 경험이 축적돼 가능했던 것인가.
▲ 돌아보면 대학교 때까지 문학을 썼고 졸업 후에는 기자, 청와대 행정관을 거쳤다. 인생의 절반을 문학 쓰기를, 다른 절반은 실용 글쓰기를 한 셈이다. 두 세계를 모두 경험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실용 글쓰기의 세계는 사실 문학 글쓰기와 많이 다르다. 글쓰기의 매뉴얼을 잘 익히고 자기 것으로 만들면 평균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자소서나 보고서를 써야하는 사람이 무라카미 하루키나 스티븐 킹의 접근대로 글을 쓰면 안되지 않겠는가. 물론 깊이 들어가면 문학이나 실용글이나 두 세계의 공통성은 있기 마련이지만.
 
- 책에서는 ‘마구쓰기’ 즉, 글을 말처럼 쓰는 법이 ‘글 공포증’을 없애는 좋은 방법임을 역설하고 있다. 실제 강의를 하면서 수강생들의 효과는 어땠나.
▲ 다들 보면 글을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글을 두고 쩔쩔 맨다. ‘마구쓰기’라는 방법은 그런 이들에게 효과가 있다. 실제로 강의 중에는 2인 1조를 만들고 상대방에게 말로 이야기를 하게 시킨다. 스톱워치를 켜고 5분 동안 시간을 잰다. 들은 사람은 2분 동안 (상대의 이야기를) 적는다. 그러면 스스로 했던 이야기가 객관화된다. 또 이후 본인에게 했던 이야기를 문장으로 적게 한다. 그러다 보면 한 시간 안에 누구나 A4 1~2장은 쓴다. 그리고 본인이 놀란다. 누구나 써야할 내용은 머릿속에 갖고 있다. 그게 자기 검열을 통해 글로 표현이 되지 않을 뿐이다. 기저에는 내 글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칠까하는 두려움이 있다. 마구쓰기의 장점은 그런 것들을 없애는 것이다. 실제로 건설사 임원이나 주부 등 글을 써본 적이 없는 분들이 이런 과정으로 책 1권을 썼다.
 
- 마구 쓰더라도 그것이 어느 정도 좋은 글이 되려면 코칭이 필요하다고 본다. 관련해서 책 내용 중 꼭 숙지할 부분이 있다면?
▲ 잘 써졌냐, 못 써졌냐 하는 판단은 미루고 일단 쓰는게 중요하다. 그 후 퇴고로 좋은 글을 만들면 된다.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다. 쓰고 읽어보면 문법이 맞지 않거나 어색한 부분들은 걸릴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서 코칭 받을 사람을 찾는 것이 도움될 것이다. 꼭 전문작가가 아니어도 된다. 다른 이들의 글을 충분히 읽는 것도 좋다. 그냥 읽는 데서 그치기보다는 필사나 요약을 해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현실을 요약하는 과정이다. 의미 있는 것만 추출해내는 연습이 결국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 자서전에서처럼 ‘나’로 주제를 한정해 글을 짓다보면 시야가 좁아지지 않을까. 더 확장된 주제에 관한 글을 쓰는 과정도 필요할 것 같은데.
▲ 글쓰기는 표현적 글쓰기와 소통적 글쓰기로 나뉜다. 책에서 말하는 자서전은 표현적 글쓰기에 해당된다. 자기를 드러내고 발견하는 글쓰기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사람들을 설득하는 소통적 글쓰기다. 이 단계에선 글은 더 이상 자기만 보고 그치는 것이 아니게 된다. 따라서 탄탄한 기본이 미리 갖춰져 있어야 한다. 표현적 글쓰기를 충분히 하는 과정을 거칠 때 소통적 글쓰기를 향해 한 발 더 나갈 수 있다고 본다.
 
- 책 말미에는 출판 지식도 부록으로 수록돼 있다. 독자들이 실제 자신의 이야기들을 너도 나도 책으로 내길 소망하는 마음에서 관련 내용을 넣었나.
▲ 글쓰기도 어려워하지만 사람들은 출판도 어려워한다.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여전히 지배적인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보면 출판의 진입장벽이 서서히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량이 아닌 필요한 양만큼 찍는 ‘프린트 온 디맨드(POD, Print on Demand)’란 개념도 생겼다. 그것 마저 부담되면 PDF 변환을 해서 온라인으로도 만들 수 있다. 쓰고서 자신의 컴퓨터에만 보관한다면 글 실력은 절대로 늘지 않는다. (부록은) 독자들의 글쓰기에 동기부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실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손바닥 자서전 특강’은 그냥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 따라해야만 의미가 있는 책이다. 책을 보고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면서 다른 인생의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글쓰는 과정은 결국 자신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우리 인생에서 고통스럽거나 괴로운 문제들을 글로 풀다보면 결국 그런 어려움들을 극복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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