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조용훈

(생활임금제 도입 3년)①청년의 꿈, 노년의 안심…서민생활 '디딤돌' 역할 톡톡

"팍팍한 삶 그나마 나아져"…성취감 높여 생산성도 향상

2017-12-18 06:00

조회수 : 3,09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생활임금제도가 서울시 차원에서 도입된 지 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저임금이 발목 잡힌 상황에서 2013년 노원구와 성북구에서 시작된 생활임금제도는, 2015년 서울시로 확대됐다가 지금은 서울 전 자치구와 전국 대부분 광역지자체로 퍼지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적극적인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가시화 되면서 생활임금은 더 이상 최저임금의 보완재가 아닌 독립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생활임금이 서민생활에 가져온 변화와 곧 도래 할 ‘1만원 시대’를 맞아 나아갈 방향을 3회로 나눠 짚어본다.(편집자주)  
 
지난 2016년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시 생활임금의 날' 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경제단체 및 기업 관계자들이 2017년도 생활임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형 생활임금제’란 근로 소득으로 실제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본적인 임금 수준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도입 당시 시는 주거비와 교육비,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한 ‘3인 가구 가계지출 모델’을 개발·적용해 법정 최저임금 5580원(시급)보다 1107원(20%) 많은 6687원을 적용했다. 내년도 생활임금은 법정 최저임금 7530원보다 1681원(22.3%) 많은 9211원으로 인상됐다.
 
적용 대상자도 점차 늘고 있다. 도입 첫해 본청 및 투자·출연기관 직접채용 근로자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시 투자·출연기관(21개) 소속 근로자, 투자·출연기관 자회사(3개) 소속 근로자, 뉴딜일자리사업 참여자 등으로 확대된다.
 
서울형 생활임금제 도입으로 저임금 취약계층 근로자들의 삶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서울형 생활임금제를 적용받은 박현준(32) 서울보건환경연구원 실내환경팀 연구원은 무엇보다 업무 책임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뉴딜일자리사업 참여자이기도 한 박씨는 앞서 두 달간은 생활임금 적용을 받지 못했다. 그는 “임금이 오른 만큼 일을 할 때도 더 적극적으로 임하려 한다”며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에서도 대상자들은 생활임금제 시행 후 긍정적 변화를 겪었다고 답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생활임금제 시행성과 모니터링’에 따르면 4개 자치구 산하 시설관리공단 근로자 4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생활임금 시행으로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됐다는 응답 평균 점수는 3.91점(만점 5점)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업무태도가 좋아짐(3.75점), 직무몰입도 향상(3.58점), 고객이나 동료들에게 친절(3.70점) 등 대체로 좋은 평가를 내렸다.
 
응답자들의 근무기간은 주로 3년 이상(255명)으로 이 중 입사 당시 생활임금 적용을 받은 인원은 전체의 15.8%에 불과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자회사 그린환경 소속 직원인 이모(57·여)씨는 입사 5년 차인 올해 처음 생활임금제를 적용받았다. 이씨는 “월 급여 총액이 15만원 정도 늘면서 팍팍했던 삶이 조금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늘어난 임금으로 올해 보험을 하나 가입했다. 그런 이씨는 시에 거듭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나처럼 나이 많고, 특별한 능력이 없는 서민들에게 생활임금제 도입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생활임금제는 청년들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전시팀 큐레이터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유정민(26)씨는 ‘생활임금제의 힘’을 몸소 실감하고 있다. 전시팀은 계약직 사원들에게 생활임금을 지원하고 있다. 때문에 유씨는 두 달 뒤 있을 재계약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그는 “법정 최저임금을 안 지키는 회사들도 부지기수”라며 “생활임금제는 노동의 가치를 대접받고, 한 달에 몇십만원이라도 저금을 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한다”며 만족해 했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 조용훈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