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다시 수술대 오른 금융사 지배구조)②당국, '셀프연임' 잇단 경고 하나금융 겨냥…석연찮은 배경에 의구심

금융위원장 운 띄운뒤 금감원 속전속결 행정지도…'김승유 사단' 개입의혹 확산

2017-12-18 08:00

조회수 : 2,411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 수장들이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절차와 지배구조를 점검하겠다는 명분은 '금융소비자 보호'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금융사 개별 위규행위를 찾아내는 것보다는 그 근본원인이 되는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감독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가계부채나 한계기업 부실 등 금융시스템 위기가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와 소비자보호를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금융당국의 압박 배경에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셀프 연임' 작심 발언에 이어 최흥식 금감원장의 간담회, 금융감독원의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행정지도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특정그룹과 특정인을 지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승계에 대한 비판 발언이 처음 나온지 일주일 만에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대한 금감원의 경영 유의 조치가 나오면서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내년 3월 3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했다는 해석을 거의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해 첫 언급을 한 자리가 정식 간담회가 아니라 장기연체채권 소각대책을 내놓는 브리핑 자리였다"며 "당시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내놓은 것이라고 여겼지만, 특정 회사에 대한 경영조치 사항이 속도전으로 나온 것을 보니 이벤트성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처음 셀프연임으로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비판한 시점도 KB금융이 아니라 하나금융지주만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이미 11월20일 연임이 된 상황이었고 최종구 위원장은 11월29일에야 "셀프 연임은 중대한 책무유기로 본다"며 강하게 비판을 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금융지주 회장이나 CEO가 연임을 할때 사전에 당국에 보고를 하고 당국도 크게 무리가 되지 않으면 암묵적으로 넘어가는게 관례였다"면서 "금융권에서는 당시 최종구 위원장도 이미 윤종규 회장의 연임을 인정한 상황이었을텐데 그같은 발언을 한 것은 KB금융보다 하나금융을 겨냥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후 공교롭게 하나금융지주가 각종 음해설에 시달린 시점과 맞물려 있어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최근 김정태 회장의 연임 관련 이슈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다. 김정태 회장이 하나금융의 사외이사가 대표로 있는 유통회사에 부당지원을 했다거나 중국 지역의 해외 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을 냈다는 소문이다. 관련 소문 대부분이 김정태 회장의 연임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김 회장이 3연임 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서는 전직 하나금융 경영진으로 추정되는 세력의 제보 등으로 이뤄지지 않은 이상 이같은 이야기가 나올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급기야 김 회장이 직접 나서 전직 하나금융 경영진이 자신과 하나금융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며 조직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안타깝다"는 입장을 토로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의 연임 저지를 위해 언론 등에 각종 제보를 하고 있는 배후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지목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하나금융을 물러난 직후 경영 개입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다가 김정태 회장과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김 전 회장이 문재인 정부 들어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 모두 김승유 전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이같은 정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고려대,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경기고 선배가 된다.
 
특히, 김 전 회장은 과거 최흥식 원장을 차기 하나금융 회장 후보로 생각하고 그를 하나금융 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이었다가 김정태 회장 취임 이후 물러난 바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 논란 등 최근 진행되는 일련의 금융권 이슈에서 정·관계 내의 '김승유 라인'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문재인정부에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한 '경기고-고려대' 출신들이 금융 실세로 뜨고 있다는 분석은 한두번 나온 것이 아니다. 특히 올해 금감원장 선임 당시 김승유 전 회장이 자신의 측근인 최흥식 원장을 장하성 실장에게 천거했고, 장 실장의 지시를 받은 최 위원장이 최 원장을 선임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손질 역시 과거 이명박 정부의 '적폐'로 지목받고 인물이 주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김승유 회장 라인이 관여하는 게 사실이라면 특정 대학이나 인연으로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업권 발전을 오히려 퇴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지주 등 특정 회사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하나금융이나 KB금융 외에도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경영권 승계 절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운영 등에 대한 검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금융그룹을 다룰 '전략감독'이나 '감독총괄' 담당 부서가 검사반을 편성한다.
 
(왼쪽부터)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감원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이종용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