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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재료는 고객 취향'…일본 츠타야의 성공 레시피

성공적인 글로벌 혁신 위해 고객가치·수익성·사원성장·사회공헌 결합시켜야

2017-12-14 10:47

조회수 : 2,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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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최대 서점 츠타야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다.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콜렉팅하고 제안하는 ‘문화 기획사’다. 츠타야를 소유하고 있는 지주회사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에 ‘컬처’가 들어가는 것 역시 그런 회사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34년 전 35평의 작은 대여점에서 시작한 이 기업은 오늘날 1500점의 점포와 일본 인구 절반(6000만명)에 이르는 회원을 확보한 국민 브랜드로 성장했다. 초기 서적, 음반, DVD의 단순 대여업에만 집중하다 점차 각종 문구, 소품,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활용품을 ‘경험시켜주는 일’로 영역을 넓혔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등과의 제휴를 맺고 카페와 여행, 숙박 등의 카테고리 확장에 나서며 글로벌 기업들을 위협하는 ‘대항마’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신간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는 그런 츠타야의 역사를 회장 마스다 무네아키의 눈으로 구석구석 훑어주는 책이다. 10년간 사내 블로그를 꾸려 가며 사원들과 공유했던 경영 일기 1500편 중 알짜배기 100여편을 추려 엮었다. CCC의 초창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마스다 회장의 가치관과 경영철학, 비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마스다 회장은 서문에서 자신이 좋아하던 일을 창업으로 연결시킨 1982년 청년 시절부터 찬찬히 회상한다. 대학시절 포크 밴드 활동을 하며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그는 오사카 히라카타역 주변에서 음악 대여업에 도전하기로 한다. 당시 주변에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서점도 없던 탓에 책 대여도 겸한 공간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대여업 운영 노하우는 전무했지만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것을 고객의 니즈와 결합시킨다면 결국 성공하게 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1983년 3월 히라카타역 근처에 입점한 ‘츠타야’의 시작이었다.

개점일부터 츠타야의 성공은 예견된 것이었다. 근처 고교생들과 쇼핑객들로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뤘고 오후부터는 퇴근길 회사원들로 북적였다. 비싼 임대료 탓에 영업시간을 밤 11시까지 늘린 전략도 주효했다. 마스다 회장은 선 채로 눈 깜박할 새 하루를 보내는 날들이 허다했고 츠타야 1호점은 대박이 나게 됐다.

이후 다른 지역으로의 매장 확장 역시 철저히 그 지역의 고객 취향을 아는데서부터 출발했다. 2011년 도쿄 다이칸야마에 자리한 티사이트(T-SITE)점은 그가 고객을 대하는 자세가 잘 드러나는 매장이다. 공간은 애초부터 60세 이상의 시니어들이 ‘내 공간’처럼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

미에 관심이 많은 실버 세대 여성을 위한 에스테 살롱과 반려동물 병원이 딸린 숍을 운영하고 택시를 쉽게 잡을 수 있는 택시 승강장도 별도로 만들었다. 서점도 건강과 종교, 철학, 여행 등 시니어들의 관심사와 관련된 책들로 구색해 그들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츠타야가 단순한 서점을 넘어 음식, 주거,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을 기획하고 제안하는 ‘미래 서점’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이 때부터였다.

“고객의 기분으로 기획하기 위해 마스다는 몇 번이고 매장을 바라본다. 같은 매장이라도 아침의 기분, 점심의 기분, 저녁의 기분으로.”

고객의 취향을 기획의 재료로 삼는 마스다 회장의 성공 레시피는 책 곳곳에서 현실감있게 그려지고 있다. 티사이트점을 만들기 위해 바로 앞에 위치한 카페에서 사람들을 지켜보거나 역에서 매장까지 20대 여성의 기분으로, 대학생의 기분으로 때론 노인의 기분으로 수차례 걷기도 했다. 회장의 노력을 보고 배운 직원들 역시 도쿄 에비스가든 플레이스와 롯본기 힐스 매장을 만들 때는 그 지역을 알아야한다는 생각에 근처에서 살기까지 했다.

이런 노력들로 마스다 회장은 기획의 본질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갖게 된다. 그에 따르면 기획은 고객가치, 수익성, 사원 성장, 사회공헌 네 가지가 결합돼야 한다. 과거에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행위는 결국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함과 동시에 수익, 사회적 가치와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자신을 포함한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 않고 좋아하는 일을 위해 도전할 수 있도록 터를 열어주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일의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명령보다는 직원들의 정보와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의 실패를 적극 장려하는 그의 자세는 기획에 관한 그런 신념과 맞닿아 있다.

마스다 회장은 “기획회사로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결의한 날부터 모두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겠노라 다짐했다”며 “그런 기업은 경쟁사의 움직임에 둔감해져 고객에게 외면을 당하지 않고 고객이 기뻐할 기술이나 서비스를 스스로 기획하고 실현한다”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는 주위 평가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감동할 거리를 찾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자기 마음 속 우주가 중요해지는 시대”라며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듯, 새로운 세계의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창조한 결과물들이 과거에 생겨난 것들이나 상식을 끝없이 대체해 갈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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