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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아파트 경비원, 휴식시간 경비실 내 대기도 근로"

2017-12-1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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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아파트 경비원들이 심야나 새벽에 경비실에서 불을 켜놓고 가면 상태로 대기하는 것도 근무라고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3일 강모씨 등 서초동 삼풍아파트 경비원 퇴직자 5명이 삼풍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야간휴게시간에 경비실에서 가면상태로 대기한 것은 근무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피고가 관리소장을 통해 문서로 지시한 특별지시(1호)나 직원 중요숙지사항 등을 종합해보면, 원고들의 야간휴게시간은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는 휴식·수면시간으로 보기 어렵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긴급 상황에 대비하는 대기시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야간휴게시간 동안 경비실 내 의자에 앉아 가면상태를 유지하고 급한 일이 발생할시 즉각 반응하도록 지시한 점, 야간휴게시간 중 지시한 순찰시간이 일정치 않아 휴식·수면이 어려운 점, 경비실 내 조명을 켜 놓도록 한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또 “야간휴게시간에 경비실에서 불을 끄고 취침하는 경비원들에 대해 입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점, 경비원 근무평가에서 입주민의 민원제기 사항이 반영되는 점, 근무평가가 경비원 재계약에 영향을 미쳤던 점 등이 인정된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해보면 피고가 관리소장을 통해 야간휴게시간 등에 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심은 경비원들 중 일부가 경비실이 아닌 지하실에서 식사하거나 휴식을 취한 경우도 있었다고 하지만 그 곳은 방공호이지 휴식에 적당한 장소가 아니고, 오히려 관리소장은 지하실에 침대나 식탁 등을 설치한 경비원에게 벌점 조치했다”며 “이를 두고 피고가 경비원들에게 휴게장소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사정이 이런데도 피고 지시로 야간휴게시간에 순찰업무를 수행한 것만 초과근무로 인정하고, 나머지 휴게시간은 원고들이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초과근무를 했다고 할 수 없어 피고가 이 부분에 관한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강씨 등은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24시간을 근무하고 그 다음날은 쉬는 격일제 근무를 했다. 입주민들은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점심식사 시간과,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의 저녁식사시간,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의 야간휴게시간 등 총 6시간을 뺀 18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고 임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삼풍아파트 경비원들은 야간휴게시간에도 입주민들이 관리소장을 통해 지시한 순찰을 돌거나 경비실에 불을 켜 놓고 상황에 대비해 대기해야 했기 때문에 쉴 시간이 없었다. 이에 강씨 등이 야간휴게시간 4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라며 입주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 입부자들은 경비원들이 야간휴게시간에 경비실에 불을 켜 놓고 대기하고 있는 것은 자발적인 것이지 입주자들의 관리·감독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 2심은 입주자들의 주장을 인정하면서, 야간휴게시간 동안 경비원들이 도는 순찰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에 강씨 등이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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