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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은행 이끄는 '양박', 차별화 전략으로 인사태풍 피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사실상 연임…'뱅크샵' 등 영업채널 변화

2017-12-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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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소매금융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 외국계 은행 수장들이 최근 잇따라 연임에 성공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역시 차기 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되며 연임을 앞두고 있다.
 
SC제일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8일 회의를 개최해 박종복 행장을 차기 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이들 두 행장의 공통점은 그동안 부진을 지속했던 은행 실적을 반등시켰다는 점이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37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051억원)보다 15.9%(326억원) 늘어난 상태다.
 
씨티은행 역시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722억원으로 작년 3분기 누적 순이익보다 9.3% 증가한 성적표를 받았다.
 
은행권에서는 박종복 행장과 박진회 행장이 이처럼 실적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소매금융 차별화 전략을 꼽고 있다.
 
특히 박종복 행장은 소형 점포인 '뱅크샵'과 '뱅크데스크' 등의 차별화된 영업채널 전략으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2015년 1월 취임한 박종복 행장은 곧장 신세계와 업무제휴를 맺고 그해 10월부터 태블릿PC를 활용해 예금 또는 카드 신규가입이 가능한 이동식 점포 '카드데스크'와 '뱅크데스크'를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에 설치했다. 이어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과 야간에도 대부분의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뱅크샵(Bank#)' 운영도 시작했다.
 
박종복 행장이 이같은 영업채널 전략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모빌리티플랫폼(Mobility Platform)' 덕분이다. 모빌리티플랫폼은 영업점 창구 대신 태블릿PC로 은행업무 처리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박종복 행장은 행장 취임 전 리테일금융총괄본부 부행장으로 근무할 당시 모빌리티플랫폼 구축을 주도했다.
 
작년 4월 '제일'을 부활시켜 은행명을 다시 'SC제일은행'으로 변경한 것도 박종복 행장의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SC제일은행은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이 전신인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법인명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변경, 고객 편의 등을 감안해 한동안 'SC제일은행'을 브랜드명으로 사용해왔다. 이후 2015년 10월부터는 은행명에서 '제일'을 제외하고 'SC은행' 또는 '한국SC은행'으로 사용해오다 'SC제일은행'을 되찾았다.
 
박진회 행장의 경우 자산관리(WM)에 중점을 둔 소매금융 전략으로 혁신을 이끌고 있다. 15년 11월부터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 대상을 기존 1억원 이상 고객에서 5000만원 이상 고객으로 확대하고 '디지털뱅킹' 강화 추세에 맞춰 일부 지점을 자산관리 센터로 교체했다. 이어 작년 7월에는 자산관리 서비스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한 TWA (Total Wealth Advisor)를 선보이며 '자산관리 특화' 은행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때 대규모 지점 정리로 노동조합의 반발이 거세지기도 했으나 별다른 잡음 없이 합의를 이끌어 지점 축소 규모를 당초 101개에서 90개로 줄였다.
 
이처럼 외국계 은행장들이 잇따라 연임에 성공하면서 장기 집권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 씨티은행의 경우 은행장 연임 횟수나 나이 제한이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 특성상 경영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최고경영자(CEO)를 자주 교체하는 편이 아닌데다 두 행장의 실적도 좋은 편이어서 연임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각 은행장마다 특색있는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오랜 기간 은행을 이끌 가능성도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왼쪽)과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사진/각사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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