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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현장에서)가상화폐 급등·급락 부추긴 금융당국 대응

2017-12-12 06:00

조회수 : 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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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에 대해 처음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겨울이었다. 과학기술 계통 지인들과 저녁자리를 함께하던 도중 우연히 비트코인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한마디로 정리해서 ‘대박’이었다.
 
"일단 투자하고 봐라"라는 권유를 흘려 들었지만 동석했던 다른 동료기자는 속는 셈, 배우는 셈 치며 40만원가량의 가상화폐를 구입했다.
 
며칠 전 동료 기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 후 약 1년 동안 나도, 그도 잊고 지냈던 당시의 가상화폐가 80만원으로 불었다는 것이다.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의 취재를 한다는 이유 절반, 뒤늦은 투자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 절반으로 유명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를 소개받아 연락한 결과 놀라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래 전부터 건전한 가상화폐 시장을 만들기 위해 거래소에서 먼저 가상화폐와 관련된 제도 도입을 요구했지만 금융위원회에서 이를 거절해왔다"라는 것이다.
 
금융위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유사수신 행위를 벌이고 있지만, 법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고 영업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미온적 대처를 해왔다.
 
금융위가 가상화폐에 대해 ‘불법’이라고 규정하고도 제재도·장려도 하지 않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사이 가상화폐시장은 투자자 약 200만명, 하루 거래액 수조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우려했던 대로 해킹과 서버다운 등으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했고 투자자들은 일반 직장인에서 대학생, 고등학생 등으로 확대되는 등 다수의 문제점들이 생겨났다.
 
금융위의 개입을 기다리다 못한 빗썸과 코인원·코빗 등 국내 빅3 가상화폐거래소가 자율 규제라는 자정안을 만들기에 이르자 금융위는 TF주부무처 자격을 법무부에게 넘겨주며 가상화폐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는 길을 택했다.
 
이같은 발표는 당장 효과를 보였다. 지난 8일 오전 10시 2479만7000원이었던 비트코인은 이틀 사이 38.2% 급락하며 10일 한때 1300만원선까지 위협했다.
 
그러나 11일,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하자, 가상화폐는 다시 상승세를 그리는 중이다.
 
여기에 TF의 중심에서 벗어난 최종구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의 거래소 규제에 대해 의문을 표시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간담회 직후 그 동료 기자로부터 다시 연락을 받았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이 자신도 모르게 가상화폐가 요동을 쳤다고. 무슨 일이냐고.
 
"소비자보호를 최우선으로 꼽는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를 제재를 할지, 장려를 할지 정확하게 노선을 정하지 않는다면 네 가상화폐는 앞으로도 요동 칠 것"이라는 대답 외에 해줄 조언이 없었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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