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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제도권 진입)투기? 투자?…가상화폐 열풍, 어디로 가나

투자처 못찾은 부동자금 1100조 쏠림…"아직 잠재 가치 긍정적"

2017-12-1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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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2010년 5월22일. 미국의 한 비트코인러(비트코인 보유자)는 온라인 사이트에 피자 두 판을 배달시켜주면 1만 비트코인을 준다고 제시했다. 해당 글을 본 한 사람이 그에게 피자를 시켜주고 비트코인을 받았다. 가상화폐로만 존재하던 비트코인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과 교환된 첫 사례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1만 비트코인의 가격이 현재 1000억원을 넘는다는 사실이다.
 
서울 중구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온라인 가상화폐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다.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내는 사람들이 늘자 ‘대박의 꿈’을 쫓아 시장의 유동자금이 투입된 데 따른 결과다. 더욱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지속된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 1069조원이 가상화폐로 쏠리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참여 전문가인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현재 국내 자본시장에는 고위험 고수익 자산이 부족하다"며 "시중의 여유자금이 유동성을 유지한 채 적절한 투자처를 찾아다니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가상화폐에는 적정가격에 대한 기준이 없고, 가치 보전이 어렵다는 점에서 ‘제2의 튤립 버블(Tulip bulbs)’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 교수는 "가상통화는 이런 고위험 고수익 자산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킨다"면서도 "상식을 뛰어넘는 위험수준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30분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기준 1비트코인 가격은 199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1비트코인 가격이 91만5000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할 때 1년 새 21배가 급증한 것이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역시 304조3338억원으로 코스닥(267조원 수준)을 상회한다. 24시간 기준 빗썸의 비트코인 거래량도 236억8711만원으로 전날보다 21%가량이 많아졌다. 하지만 고점이던 지난 7일의 2499만원과 비교하면 나흘 새 20.3%가 빠졌다. 코인 한 개 가격이 불과 며칠 새 롤러코스터 장세를 나타낸 셈이다.
 
지폐나 동전과 같은 실물 없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공간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는 채굴을 통해 인터넷 네트워크에 P2P방식으로 분산 저장, 운영되는 디지털(암호화)화폐를 말한다. 가상화폐는 금값 하락이나 달러 약세 등 기존의 중앙집권형 시스템 하에 거래되던 기축통화의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미국금융시장에서는 가상화폐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상품화하고 있다. 이날부터 미국시카고옵션시장(CBOE)을 시작으로 오는 18일 미국선물거래소(CME)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한다.
문제는 제도화되지 않은 가상화폐에 ‘서킷브레이크’(주식거래가액의 변동이 극심할 경우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하는 제도)와 같은 통제나 금융당국 차원의 정책이 없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시세 변화(빗썸 하루 기준) 표/백아란 기자
이 결과 비트코인 캐시의 경우 고점에 접어들면서 거래량이 몰리자 서버 장애가 발생하고, 가격 붕괴가 일어나기도 했다. 아울러 코인별 변동성이 큰 데다 서버 마비나 해킹 시 손실을 복구 받지 못하는 등 리스크도 존재한다. 발행주체와 관리주체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가상화폐는 투자 수단이 아닌 투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17세기 당시 네덜란드 귀족과 부유층을 중심으로 급격히 오르다 한 순간에 터져버린 튤립가격 버블처럼 가상화폐도 제2의 튤립버블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는 가상화폐의 투기성 보다 잠재적 가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주 나올 정부의 규제정책 수위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에서는 법무부와 함께 가상화폐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국내 가상화폐 투자 과열에 대한 대책마련에 나선 상태다.
 
한대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방안을 예고했지만, 이는 거래금지보다 소비자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다수의 하드포크(암호화폐 업데이트)가 예정돼 있어 가격 측면에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선물 출시 등으로 기관 참여가 증가하면 단기 변동성 심화 가능성이 있다"면서 "제도권 편입시 추가 자금의 유입가능성이 커지면서 우상향의 가격 흐름 전개도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혜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격 변동성확대와 버블 가능성 등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암호 화폐 열풍을 일시적인 이슈로 치부하기도 어렵다"면서도 "높아진 가격 변동성은 여전히 투자보다 투기수단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진단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가 기존 화폐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낮지만 보완재로 활용도가 높아지며 중장기적으로는 암호화폐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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