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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윤

미얀마 20년…'별'이 포스코의 길

"가격 비싸도 없어 못산다"…함석 지붕재 '슈퍼스타'의 힘

2017-11-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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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양곤=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지난 23일 오전 11시(현지시간). 삔마빈공단 내 미얀마포스코 공장. 미얀마 최대 경제도시 양곤 중심가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달린 지 1시간여 만에 포스코를 마주했다. 초록색의 별 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별 아래 "We are proud of producing SUPER STAR"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고금만 미얀마포스코 법인장은 "슈퍼스타는 미얀마포스코가 생산하는 함석 지붕재의 브랜드 이름"이라며 "경쟁사들보다 가격이 15% 이상 비싼데도 찾는 이들이 많아 슈퍼스타를 사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 1997년 11월 미얀마포스코 법인을 설립했다. 포스코와 미얀마군인복지법인(MEHL)이 각각 7대 3의 지분으로 총 530만달러를 투자했다. 올해로 미얀마 진출 20주년을 맞았다. 법인 설립 당시 명시한 사업 기한은 올해로 종료되지만, 최근 미얀마 정부가 5년의 사업 인허가 기간을 갱신했다.
 
지난 23일 오전 미얀마포스코 공장 입구에 슈퍼스타의 로고가 보인다. 사진/뉴스토마토
 
슈퍼스타는 푸르스름한 색을 내는 지붕재다. 미얀마는 1년 중 우기가 절반에 달하지만, 주요 도심을 제외하면 대부분 마른 풀로 엮은 지붕을 쓴다. 포스코는 이 같은 주거 환경에 착안해 연 2만t 생산규모의 아연도금 공장을 지었다. 내구성이 높은 아연도금을 지붕재로 활용하겠다는 판단이었다. 현재 미얀마에서 필요로 하는 지붕재는 연간 12만t(추정치)가량으로, 포스코는 이 가운데 15%인 1만8000t을 책임진다. 가격이 싼 중국산 지붕재도 있지만 품질과 브랜드가치 등에서 포스코를 따라올 수 없다. 공장 외벽에 적힌 'POSCO WAY(포스코의 길)'가 의미하는 바다.
 
위기도 있었다. 2005년 미얀마 정부가 0.25㎜ 이하의 지붕재는 녹슬기 쉽다는 이유로 사용을 금지하면서, 포스코는 같은 해 6월 공장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나 2007년 3월 규제 해제로 공장은 재가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고, 2011년 매출 2770만달러를 기록하며 미얀마 진출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포스코 계열사 포스코강판도 삔마빈공단에서 컬러강판 공장을 운영한다. 미얀마 최초 컬러강판 생산공장이다. 2014년 11월 준공했다. 연 5만t 생산규모다. 미얀마포스코와 같이 MEHL과 7대 3의 비율로 지분을 투자했다. 일반 지붕재나 건축물 외장용 컬러강판 등을 생산하며, 두께 0.18㎜의 초극박재까지 생산할 수 있다. 출범 3년 만인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지 시장점유율도 2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미얀마의 철강법인 2곳의 운영을 통합했다. 효율적인 법인 관리와 체계적인 시장 확대를 위해서다. 지게차와 통근버스 등 주요 시설을 공유하고, 인력을 재배치했다. 같은 해 11월 공동 마케팅을 펼쳐 미얀마 정부 시설에 사용할 컬러강판 3500t을 수주했다. 고 법인장은 "미얀마는 아직 철강산업이 크게 발전하지 않았고, 내수시장도 이제 성장하는 단계"라며 "최근 중국산 수입재 물량이 크게 늘어 가격경쟁이 심화됐지만, 고급재를 중심으로 중국산과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기준 미얀마의 포스코 철강법인들은 합산 매출액 3940만달러, 영업이익 410만달러를 달성했다.
 
미얀마포스코강판 공장에서 미얀마 근로자들이 생산 공정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미얀마포스코 공장에서 미얀마 근로자들이 생산 공정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미얀마 양곤=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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