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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록

자필로 작성한 유언장에 주소가 정확하게 기재되지 않았더라도 유언은 유효

임희정 법무법인 명경 변호사 “법에서 정한 요건 갖추지 않으면 효력 인정받기 어려워”

2017-11-20 09:21

조회수 : 3,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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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에 쓴 주소가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해당 유언장의 효력은 있다고 봐야 할까.
 
부인과 6명의 자녀가 있었던 A씨는 2011년 10월께 대리인 없이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했다. A씨가 2014년 사망하자, "내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을 아들 B에게 상속한다"는 유언 내용이 문제가 됐다. 이에 B씨는 경주지원에 유언장 검인을 신청했다.
 
검인기일에 출석한 다른 형제들은 유언증서에 대해 의견이 없다고 하면서도, B씨의 부동산 등기신청에 이의가 없다는 진술서 작성은 거부했다. 이후로도 다툼이 계속되자 B씨는 "유언장의 효력이 있음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형제들은 "아버지가 살던 곳의 정확한 주소는 1134-4인데 유언장에는 그냥 1134로 적혀있어 주소가 잘못 됐으므로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맞섰다. 1심은 형제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유언장이 법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문제가 되는 주소지에는 1134-1부터 1134-9까지 토지가 존재하는데 그곳엔 A씨의 건물만 있고 나머지 토지에는 건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은행이나 기타 기관에서 주소를 1134로 적은 우편물을 수차례 발송했는데 모두 가족들이 수령한 것으로 볼 때 1134라는 번지가 주민등록상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 주소에 A씨와 가족들만 거주하고 있어 다른 장소와 구별할 수 있으므로 유언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임희정 법무법인 명경 변호사는 “사건에서는 고인의 유지를 탐구하여 다행히 유언의 효력이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언이 무효가 되는 경우가 훨씬 많으므로 유언은 어떤 법률행위보다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만 17세에 달한 의사능력이 있는 자는 누구나 유언을 할 수 있지만 유언은 요식행위로 민법에서 정한 5가지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무효가 된다. 일반적인 경우에 하는 방식으로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이 있고, 일반적인 평상시의 방식의 유언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할 수 있는 구수증서의 유언이 있다.
 
임희정 변호사는 “상담을 하다 보면 유언서와 공증이 있으면 유언의 효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하며 “유언방식, 필요한 증인의 수, 검인필요 여부 등이 다르고, 증인결격자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상속인들끼리의 불필요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임희정 변호사는 “유언은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유언의 유형별로 갖춰야 하는 요건들이 상이하기 때문에 반드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유언장을 작성해서 낭패를 면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고경록 기자 gr764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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