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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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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대통령은 살아있다

2017-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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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미국 사우스 다코타주를 방문하면 어김없이 조각상이 새겨진 러시모어산을 방문하게 된다. 미국의 역대 많은 대통령들 중에 이 바위산에 족적을 남긴 대통령은 고작 4명이다. 1927년에 착공하여 완성하는데 14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들 중 선택받은 4명은 누구일까.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을 비롯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누구하나 부족함이 없는 미국을 대표하는 대통령들이다. 네 사람의 소속 정당이 모두 일치하지도 않는다. 보수와 진보의 구분도 중요하지가 않다. 어떤 업적이 그들을 통해 이루어졌는지가 가장 중요한 선택 이유로 꼽힌다. 제1대 대통령인 미국 독립의 아버지 워싱턴 대통령은 미국 건국을 상징한다.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은 미국의 성장을 대변한다. 국가의 틀을 갖추어가는 성장을 의미한다. 제퍼슨 이후 많은 대통령들을 건너뛰어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은 노예 해방을 선언한 미국 정신의 보존을 상징한다. 제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파나마 운하 건설을 기획 추진했을 정도로 발전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러시모어를 찾은 미국 국민들은 바위산에 새겨진 대통령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보여준 헌신과 의지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
 
미국 대통령 리더십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장소는 백악관이다. 대통령이 24시간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 최강대국의 리더가 있는 곳이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백악관은 현직 대통령의 집무 공간이자 수많은 대통령들이 거쳐 간 역사의 장소다. 국가의 역사는 일천한 미국이지만 백악관의 역사는 짧지 않다. 1800년 존 애덤스 대통령 이후로 미국 대통령의 주거지로 이용되어 왔다. 200년이 넘는 리더십의 유산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이다. 러시모어 바위산에 얼굴이 새겨진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요즘 미국 정치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웨스트윙 시대를 연 인물이다. 백악관이 정식 명칭이 된 것도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이었다. 백악관 내부를 프랑스풍으로 리모델링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이는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인 재클린 케네디였다고 한다. 대통령과 가족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백악관이다. 백악관의 역사적 의미는 단순한 건물 수준을 넘어 미국 대통령 리더십의 산실이라는데 있다. 대통령의 주요 집무실인 타원형의 오벌오피스를 비롯해 건물 내부 곳곳에는 역대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고 그들의 리더십이 더불어 살아있다. 뚱뚱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태프트는 백악관을 가리켜 ‘세계에서 제일 고독한 장소’라고 했다. 백악관에 얽힌 소문에는 링컨 대통령의 유령이 떠돌아다닌다는 이야기가 있다. 처칠 영국 총리가 링컨 유령을 보고 혼비백산했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져 온다. 이쯤 되면 백악관은 일개 건물이 아니라 미국 최고 리더십의 영광과 아픔이 모두 서려있는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이 유산의 힘은 엄청나다. 당선된 미국 대통령은 혼자의 리더십이 아니라 역대 대통령 초상화를 매일같이 들여다보며 과거의 빛과 그림자를 온 몸으로 체험한다. 초대 대통령 워싱턴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전 대통령이었던 오바마의 정치적 유산까지 선명하게 살아있다.
 
일국의 대통령은 나라를 대표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막중한 사명을 지니고 있다. 어린 시절 자라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으면 십중팔구는 대통령이었다. 자부심과 책임감이 동시에 살아 있는 대통령은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이 고스란히 연결되는 자리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통령이란 자리는 정상적인 사람이 감히 감당하기 힘든 자리가 되어버렸다. 얼마전 아이들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서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어본 결과 대통령은 순위 내에 있지도 않았다고 한다. 물론 원한다고 쉽게 앉을 수 있는 자리는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머릿속에 살아 숨 쉬는 대통령은 꿈을 가져오고 희망을 현실화 시켜주는 오즈의 마법사였는데 더 이상은 아닌 모양이다. 역대 대통령은 누구도 예외 없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있다. 초대 대통령은 바위산에 얼굴을 새긴 게 아니라 퍼런 멍이 들어 만신창이다. 산업화의 아버지로 불렸던 전직 대통령은 사회 통합의 모델이 아니라 국민 갈등의 상징으로 둔갑해 버렸다. 불과 10년 전까지 정권을 잡았던 대통령은 적폐의 몸통으로 부상 중에 있다. 비명에 간 전직 대통령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논두렁 밭두렁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에겐 언제쯤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을 음미하고 그들의 통찰을 미래의 경쟁력으로 가져가는 게 가능할까. 살아있는 동안 꼭 듣고 싶은 말이 있다. 대통령은 살아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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