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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검찰, '국정원 상납금' 박근혜 전 대통령도 조사 방침

사실상 돈 수수 피의자 판단…방식·시기 검토 계획

2017-11-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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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남재준 전 원장에 이어 이병호 전 원장도 소환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사실상 돈을 받은 피의자로 판단하고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오는 10일 오전 9시30분 이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이 전 원장은 지난 2015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근무하는 동안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에게 매달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이 전 원장에 앞서 2013년 3월부터 2014년 5월까지 근무한 남 전 원장을 조사하고 있다. 남 전 원장은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 외에도 대기업 등을 압박해 경찰 퇴직자 모임인 재향경우회 등 보수 단체에 거액의 지원금을 제공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남 전 원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정원 돈을 왜 청와대에 상납했는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재판 당시 내부 TF 활동으로 조사를 받다 사망한 피의자에 대한 언급만 남긴 채 조사실로 향했다.
 
이에 대해 남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은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최고의 전사들이다. 그러한 그들이 그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해 찬사를 받지 못할망정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담한 일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며 "이 자리를 빌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고 언급했다.
 
남 전 원장은 TF 활동과 관련한 조사 대상에도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당시 TF 구성원이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비해 위장 사무실을 마련하고, 수사와 재판에서 직원들에게 증거 삭제와 허위 진술 증언을 시킨 혐의에 남 전 원장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남 전 원장의 후임으로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근무한 이병기 전 원장도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이후에는 이들을 상대로 한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방식과 시기를 검토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수자 측 피의자로 적시한 셈이라 조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정원에서 받은 특수활동비는 청와대의 비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이번 수사의 본류인 상납 과정을 조사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맞지만, 돈의 관리와 사용 방식도 확인해 나가고 있다"며 "이 돈은 청와대의 합법적인 특수활동비와 전혀 별개로 비밀리에 관리되고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한국e스포츠협회가 롯데홈쇼핑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과정과 협회 자금 횡령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지난 7일 협회 사무실과 관련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 윤모씨 등 3명에 대해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했다.
 
검찰은 2015년 7월 롯데홈쇼핑이 협회에 전달한 수억원의 후원금 중 일부가 협회와 용역업체와의 허위 거래 방식으로 빼돌려진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당시 포착한 단서만으로는 수사에 착수할 단계가 아니었다"며 "최근 관련 수사가 발전하면서 충분한 단서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번 피의자 중 윤씨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의원 시절 비서관으로 활동했다. 전 수석은 당시 협회장을 맡았으며,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소속이었다. 이에 대해 전 수석은 7일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심정"이라면서 "언론에 보도된 롯데홈쇼핑과 관련해 어떠한 불법에도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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