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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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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가 뭔가요

비강제·자유주의적 개입…간단한 선택설계 변경으로 삶의 질 향상

2017-11-03 17:34

조회수 : 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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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심리학적으로 경제적 의사결정 분석을 현실적으로 해내는데 기여했다. 제한적 합리성과 자제력 결여 등 인간의 특성이 시장 뿐 아니라 개인의 의사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해 냈다.”

올해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 위원회가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를 경제학상 수상자로 지명한 이유다. 왕립과학원이 밝힌대로 그간 탈러 교수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에 기반, 경제적 의사결정이 매번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해왔다. 2008년 출간된 대표작 ‘넛지(Nudge)’는 그런 그의 사고관이 응축돼 있는 서적이다. '경제학과 심리학 사이의 다리'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했는지, 그 다리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미래는 무엇인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탈러 교수는 이전까지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신봉해오던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는 개념에 반기를 들며 글을 시작한다. 이들 경제학자들은 인간은 누구나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선택하며 최소한 다른 누군가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 모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나 IBM컴퓨터가 아니다. 계산기가 없으면 복잡한 나눗셈을 할 때 어려움을 겪고, 종종 누군가의 생일도 잊어버리며, 숙취를 겪을 땐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없다. 실제로 인간은 여러 변수에 의해 불완전하고 편향된 결정을 내릴 때가 있는 ‘호모 사피엔스’인 셈이다.

바로 그렇기에 탈러 교수는 우리가 ‘넛지’를 해야 한다고 본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란 사전적 의미를 지닌 넛지를 탈러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새롭게 정의한다. 즉, 팔꿈치로 툭 치는 행동처럼 간단한 설계 변경으로 인간의 똑똑한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소변기에 붙은 파리 모양 스티커는 저자가 말하는 넛지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이 스티커를 고안한 낸 아드 키붐은 남자들이 소변을 할 때 조준하는 방향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에 변기 중앙 부분에 검정색 파리를 그려 넣고 변화를 관찰했다. 결과적으로 파리 그림은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을 80%나 감소시켰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빈곤퇴치 실험연구소가 수행한 금연 프로그램 역시 넛지의 성공 사례다. 연구소는 금연 희망자들을 위한 각자의 계좌를 개설하고 담뱃값을 이 계좌에 입금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6개월 후 소변 검사에서 금연 사실이 검증되면 돈을 도로 돌려줬다. 실험 결과 금연을 원하는 사람들의 목표 달성 가능성은 53%나 상승했다.

비행기표나 호텔투숙권 등을 구매할 수 있는 ‘활력 화폐’를 발행해 고객들의 운동을 장려하는 미국의 보험사들이나 쓴 맛이 나는 매니큐어를 개발해 손톱을 물어뜯는 사람들의 습관을 고친 매니큐어 제품 ‘마발라’나 ‘올리 노 바이트’ 등도 소개된다.

이처럼 넛지의 사례는 대체로 일상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선택의 폭을 조절한다는 공통성을 갖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다 건강하고 똑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강압적이거나 강제적으로 법제화를 하고 적용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저자가 ‘비강제적인’, ‘자유주의적인’ 개입주의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에서는 선택을 막거나 차단하지 않으며 선택하는 자에게 심각한 부담도 지우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이들이 그 행위를 하지 못하게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그들을 움직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그것이 넛지다.”

탈러 교수에 의하면 넛지는 좌파적이지도, 우파적이지도 않은 ‘초당파적인’ 성질을 띈다.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 (어느 당에서 보더라도) 건설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과 사회보장제도, 신용 시장, 환경 정책, 의료서비스, 결혼 등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영역에서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탈러 교수는 넛지에서 민주주의, 자본주의의 낙관적 미래를 본다. 불필요하게 양극화된 우리 사회의 확실한 중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런 중도자적 역할은 20세기 한창 논의되다 수그러든 ‘제3의 길’을 열어젖힐 희망이기도 하다.

그는 “현대 사회의 극심한 복잡성과 놀라운 기술 변화, 세계의 변화 속도를 감안할 때 엄격한 강제나 독단적인 자유방임주의에 대한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며 “최근의 발전을 생각하면 선택의 자유에 대한 확고한 전념과 부드러운 넛지를 주장하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 있다. (넛지는)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까다로운 일부 논쟁들의 타개책이 될 수 있는 ‘진정한 제3의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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