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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토마토칼럼)건설업체들 '오월동주'

2017-10-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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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는 뜻으로 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이해관계로 엮여 뭉치는 경우를 비유한 말 ‘오월동주’. 최근 건설업계를 지켜보면 사자성어 ‘오월동주’가 떠오른다. 건설사들은 사업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폭로전에 소송전까지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가 어느새 손을 맞잡고 불황을 타개하자면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국내 건설산업은 지난 몇 년간 해외 경기 악화로 극심한 침체를 겪어왔다. 건설사들은 과거 해외사업 손실분을 털지 못한 가운데, 그나마 국내 주택사업의 호황으로 버티고 있다. 올해 들어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가 쏟아지고, 내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도 대폭 감축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손을 잡고, 사업에 참여하는 컨소시엄 구성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GS건설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일광자이푸르지오 2단지', 지난 8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함께 공급했던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다음달 민간분양 예정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태영건설 컨소시엄의 '하남 감일 포웰시티',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고덕 주공 3단지 '고덕 아르테온' 등 건설사간 컨소시엄 단지가 많이 증가하는 추세다.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불황이 지속되다 보니 공사비를 아끼는 등 실리를 먼저 챙기겠다는 계산 때문이다.
 
실제로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개 건설사가 함께 사업에 참여하는 컨소시엄 아파트는 올해 총 25개 단지로 4만4476가구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해 총 8개 단지 1만2630가구와 비교하면 올해 건설사간 컨소시엄 아파트는 3배 정도 증가할 전망이다. 건설사들은 불투명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돈이 되는 건 모조리 수주해야 한다. 때문에 경쟁사와 손을 잡는 이례적인 모습이 자주 연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듯 어느새 관계가 돌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올해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수주전에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맞붙었다. 치열한 수주전에 양사는 향응·금품제공은 물론 폭로·비방까지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이어 진행된 미성크로바와 한신4지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놓고, GS건설과 롯데건설가 수주전에서 그야말로 혈투를 벌였다. 앞서 반포주공1과 미성크로바 수주에 실패한 GS건설은 한신4지구 개표 때 롯데건설이 조합원에게 금품 등을 제공했다는 증거 사진을 대거 공개하면서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롯데건설은 즉각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법적 조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강남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되자 정부는 현장조사 등 모니터링을 강화해 불법행위가 드러나는 건설사에 대해 입찰에서 배제시키는 등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돈 앞에 적이 동지가 되고, 동지가 적이 되는 냉혹한 관계가 지금 건설업계의 현실이다. 매서운 풍랑을 뚫고, 힘을 모아 노를 저어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건설업계의 파이를 키우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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