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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우

('불법파견' 논란 확산)"파견법 폐지" VS "영역 확대"…팽팽한 줄다리기

정치권도 입장 달라 해결 난항

2017-10-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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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파리바게뜨를 시작으로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불법파견 문제의 해소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경영계와 노동계 간 갈등은 몰론 정치권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노동계는 파견법 폐지를, 경영계는 파견가능 업무 확대를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고용부의 불법파견 판정에 불법파견 논란이 확산됐다. 사진/뉴시스
 
 
19일 경영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에 내달 9일까지 5378명의 제빵기사를 직접고용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파리바게 본사, 가맹점주협의회, 협력업체는 지난 12일 '합작법인'을 설립해 제빵기사를 직접고용키로 합의하면서 노동계와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당장 정의당과 민주노총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합작회사 설립은 직접고용 의무를 면피하려는 꼼수"라며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날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노조)는 본사에 교섭 요구 공문을 보내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고용부의 불법파견 판정에도, 노조의 요구에 공식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노동계의 반발에도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동안 불법파견은 완성차, 조선, 철강업종 등 대규모 인원이 투입되는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에서 주로 자행돼 왔다. 현대자동차 등 원청업체는 고용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사내하청 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사내하청 노동자를 편법으로 사용했다. 업무도 원청이 지시했다. 최근까지 고용부와 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던 사업장의 대다수 사내하청 업체는 실체가 없는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였다.
 
특히 제조업 불법파견이 '원청(도급인)-사내하청 업체(수급인)-사내하청 노동자' 3자간 계약관계를 갖는 것과 달리, 파리바게뜨는 계약관계가 복잡하다. '본사-협력업체(수급인)-가맹점(도급인)-제빵기사'의 구조다. 가맹점주와 협력업체가 도급계약을 맺고, 본사는 이들과의 계약관계에서 빠져 있다.
 
때문에 고용부는 지난달 최초로 불법파견을 프렌차이즈 업계까지 확장한 판정을 내놨다.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에게 업무를 직접 지시했고, 이들의 노동으로 본사의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본사가 실제 사용자라는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시정시한까지 본사가 직접고용하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하고 과태료를 물릴 방침이다.
 
불법파견을 한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처벌이 높지 않아 사용자가 버티기로 일관하는 경우도 있다. 삼표시멘트(옛 동양시멘트)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15년 2월 고용부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뒤 원청에 직접고용되기까지 2년 7개월이 걸렸다.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62명이 이탈, 최종 복직인원은 39명에 그쳤다.
 
파리바게뜨 역시 한계가 있다. 사실상 제빵기사가 파리바게뜨 합작법인에 고용을 희망하더라도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노조가 본사의 제빵기사 회유를 막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영계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본사가 직접고용을 해도 제빵기사의 불법파견 논란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 제빵업무는 근로자 파견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어 본사가 직접고용한 제빵기사를 가맹점에 파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행법에서는 적법하게 제빵기사를 가맹점에 보낼 방법이 없어 다시 법적다툼이 발생할 것"이라며 "(파리바게뜨 불법파견은) 노동법으로 접근해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불법파견 문제는 정치권의 파견법 개정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실제로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달 파견법 개정 입장을 내놨다. 하 의원은 제빵업을 파견 가능 업종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파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파견업종 확대는 재계의 숙원 중 하나로 박근혜정부는 제조업의 뿌리산업까지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파견업종 확대 요구가 야당과 재계를 중심으로 재연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반면 노동계는 파견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결원이 발생할 경우 기간제로 고용해 단기간 사용하고, 불법파견을 저지른 사용 사업주의 처벌 강화와 동시에 불법 판정을 받는 즉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노동계의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적극적인 법집행을 통해 불법파견 판정시 특별근로감독 등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다양한 행정적 제재 등을 통해 사용사업주가 노동자를 직접고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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