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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양날의 검 후분양제)①'투기 차단'vs.'분양가 상승’ 갑론을박

'후분양제도 도입' 위한 논의 본격화 전망

2017-10-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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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참여정부 당시 치솟는 집값 문제와 분양권 투기 등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혼탁해지면서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서울시와 재건축에서 일부 추진된 후분양제는 결국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완전히 폐지됐다.
 
최근 정부가 후분양제를 다시 도입하기로 하면서 주택시장은 물론 건설업계까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후분양제도 도입을 놓고, 날 선 공방을 펼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몇 년간 건설사의 주택 부실시공이 급증하면서 소비자의 불만이 극에 달했고,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세력이 유입되면서 집값 거품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때마침 주택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선분양제에 큰 장점 중 하나인 ‘주택공급 확대’가 퇴색되면서 후분양제 도입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후분양제 도입 시 주택이 완공되기까지 모든 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사의 금융부담이 커진다. 여기에 중간 비용도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는 구조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후분양제 도입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본지는 후분양제의 장단점과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에 대해 자세하게 들여다봤다. 또 다수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기존 후분양제도의 보완점과 정착을 위한 정책적 지원 등 고려해야할 요소도 살펴봤다. (편집자주)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장관이 정동영 위원의 '후분양제'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공공분양 물량에 대한 후분양제 도입을 예고하고, 국회도 후분양제 입법에 나서면서 제도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공공부문의 주택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면서 “민간에서도 후분양제를 유도하는 내용의 ‘후분양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올초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후분양제 도입의 장단점 및 시장 영향에 대한 분석’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이 후분양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어 후분양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시민단체vs.건설업계, ‘후분양제 도입’ 놓고 신경전
 
하지만 후분양제 도입을 놓고, 경실련 등 시민단체(소비자)와 건설업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후분양제를 도입하게 되면 ▲분양가 상승 ▲중견 중소 건설사의 존립 위험 등 부작용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는 ▲소비자의 선택권 보호 ▲부실시공 예방 ▲부동산 투기 근절 등을 주장하고 있다.
 
우선 건설업계는 후분양제도 도입 시 금융비용 증가가 분양가에 전가돼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후분양제도를 도입할 경우 모델하우스 건립 등 선분양에 의한 비용이 줄고, 시장경제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건설사들이 가격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중소·중견 건설사가 금융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퇴출당할 것이란 건설업계의 전망에 대해서 시민단체는 “중소 건설사는 이미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분양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주택을 잘 지어 품질이 우수하다면 대형 건설사와 경쟁이 가능하다”고 반론했다.
 
건설업계는 기존 계약금과 중도금, 입주잔금을 나눠서 납부하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줄지만,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한꺼번에 모든 분양금액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집단대출, 무한책임대출 등 선분양제도에서 건설사에 유리하게 운영됐던 주택금융시스템을 실수요자들의 주택마련에 도움이 되도록 개선해야 하고, 소비자들은 대출에 의한 이자비용 부담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후분양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시민단체와 건설업계간 찬반양론이 치열하다. 사진/뉴시스
 
‘선분양제도’의 폐단, 무엇이 문제인가
 
‘선분양제도’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지난 1977년 주택 공급률을 확대하기 위해 선분양제도를 도입했고, 건설사는 자금조달의 대체 창구로 활용했다. 물론 주택공급 확대, 부동산 시장 활성화 등 선분양제도의 순기능도 있지만, 주택보급률이 100%를 훌쩍 뛰어넘고, 투기를 통한 부동산 과열현상이 확대되면서 선분양제도에 대한 필요성이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
 
선분양제도는 분양계약 후 입주까지 모든 과정이 공급자인 건설사에 의해 진행된다. 이렇다 보니 이윤을 극대화해야 하는 건설사는 설계변경, 부실자재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발생했다.
 
이와 함께 선분양제도는 계약금과 중도금 등 주택가격의 60~80%를 준공이전 소비자가 납부해야 한다. 다시 말해 건설 이자비용을 소비자가 모두 부담하는 꼴이다. 또 개발계획 지연, 업체 도산, 저가자재 사용, 부실시공 등 모든 위험을 소비자가 떠안아야 한다. 무엇보다 선분양제도는 분양권이라는 권리를 거래할 수 있어 주택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주택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후분양제도 도입에 대해 건설업계는 주택가격상승과 주택산업위축 등의 명분을 내걸면서 반발하고 있다”면서 “잘못된 제도에 편승해 이익을 보장받을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주택 공급 구조 확립에 동참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구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에 따라 실수요자인 최종 구매자는 분양가보다 높은 금액에 주택을 사는 부작용이 있지만, 이는 선분양제도가 아닌 청약제도에 의한 ‘공급대상의 제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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