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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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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에 소니가 있다"

소니, '기본'으로 돌아가다…외형에서 내실로, 핵심은 정체성에 따른 차별화

2017-10-1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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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2차 세계대전 패전 이듬해인 1946년 설립된 도쿄통신공업은 일본을 전자왕국으로 끌어올리는 신화로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창립 직후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주머니에 쏙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초소형 라디오를 개발, 시판한다. 이때 제품 브랜드가 '소니(Sony)'였다. 1958년 사명을 상품명과 일치시키기로 결정한다. 소니의 탄생이다. 이후 소니는 눈부신 성공작들을 쏟아낸다. 세계 최초로 트랜지스터 TV를 개발했으며, 휴대용 카세트인 워크맨은 전세계 젊은이들의 로망이 됐다. 전자왕국의 시작이었다. 소니의 성장, 부침과 함께 수많은 인물들이 희로애락을 같이 했다. 모리모토 오사무 현 소니코리아 대표(사진·58)도 그중 하나다. 1981년 반도체 연구개발(R&D) 부문 엔지니어로 입사한 모리모토 대표는 소니와 동행한 지 올해로 만 36년이 된다. 턴테이블(LP) 시대인 그는 LP가 CD와 MP3를 거쳐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로까지 바뀐 것을 현장에서 지켜본 증인이다. 2015년 소니코리아 대표로 부임하면서 그가 내건 목표는 소니의 정체성이었다. 소니만이 할 수 있는, 소니만의 가치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다시 ‘기본(Basic)’으로 돌아선 그를 지난달 27일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소니코리아 본사에서 만났다. 
 
모리모토 오사무 소니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동 소니코리아 본사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2분기 소니의 영업이익이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좋은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목표는.
 
소니는 2분기 매출 1조8600억엔(약 18조7600억원), 영업이익 1576억엔(약 1조5900억원)으로, 2007년 이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목표는 영업이익 5000억엔(약 5조5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올해를 '부활의 해'로 천명한 소니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소니의 경쟁력과 사업전략에 대해 말해달라.
 
특별한 지름길이나 마법같은 솔루션은 없다. 단지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basic)'는 목적의식을 갖고, 지난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노력한 것이 성과로 나타난 것뿐이다. '기본'에 대해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몇 년 전만 해도 소니는 세일즈(볼륨)에 치중했었다. 하지만 수익성 강화라는 목표로 전략을 바꿨다. 이후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 과거에는 세일즈와 시장점유율에 치중한 나머지 수익이 감소한 부분이 있었다.
 
9월 독일에서 열린 'IFA 2017'에서도 소니 부스를 찾는 참관객들이 많았다. 직접 둘러보니 소니의 전통과 고집이 보였다.
 
소니 창립자의 모토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에 있었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증폭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다 보니 독특하고 창의적인 제품들을 선보이게 된 것 같다.
 
호기심을 자극하려면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지 않나. 
 
'혁신'이라는 것은 굉장히 광범위한 단어다. 혁신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보는 순간 확인할 수 있는 혁신도 있는 반면 볼수록 사람의 마음을 끄는 혁신도 있다. 예를 들면, 워크맨 출시 당시 워크맨은 전혀 기술적인 혁신이 없었다. 녹음 기능도 없었고 스피커도 없었다. 당시 소니 내부적으로도 워크맨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출시 이후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워크맨은 시간이 지날수록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사람들의 음악을 소비하는 패턴을 바꿨기 때문이다. 결국 혁신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기술적인 혁신뿐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제품 역시 혁신적인 제품이다.
 
올해 미러리스 카메라 'a9'을 출시했는데, 고급 카메라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국내 전문 카메라 시장 1인자 캐논과의 경쟁에서 승부전략은.
 
소니는 지난 6월 무소음·무진동 촬영과 빠른 셔터 스피드가 강점인 'a9' 카메라를 출시했다. 카메라 시장에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통 강자들이 있다. 소니는 이에 비해 역사가 길지 않다. 약점으로 볼 수도 있으나, 오히려 도전하고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IFA 2017'에서 '엑스페리아 XZ1·XZ컴팩트·XA1 플러스' 등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놨다. 한국 모바일 시장의 경우,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는데 시장 공략 전략이 있다면.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니의 판매 채널이 한정적인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소니는 디스플레이, 카메라, 오디오 등에서 오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소니 스마트폰은 이러한 소니의 최신 기술을 집약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현재 정체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판매 채널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때문에 최근 우리는 스마트폰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는, 즉 프로젝터 '소니 엑스페리아 터치'와 같은 제품들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소니는 오디오 부문에서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인다. 최신 하이 레졸루션 무선 노이즈 캔슬링 스테레오 헤드폰 '1000X 시리즈' 3종도 공개했는데, 어느 부분에 중점을 뒀나. 소니의 오디오 기술 노하우는.
 
디지털 기술 관점에서 소니는 HRA(하이 레졸루션 오디오)를 개발해 다양한 제품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이는 고음원 기술로, CD 음원의 품질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노이즈 캔슬링 역시 타사에서도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소니는 사용자의 사용환경과 행동을 인지해 자동으로 노이즈 캔슬링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리스닝'을 지원하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사용자의 환경과 사용 패턴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기능을 가진 제품은 소니가 유일하다. 또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아날로그적 기술도 중요하다. 소니는 70년 이상의 오랜 역사의 아날로그 기술을 가지고 있다. 결국 카메라나 TV, 오디오 제품은 디지털 기술로 재현을 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 아날로그의 종착점이라는 의미다. 소니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라스트 원 인치(Last One Inch)'의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제품과 사람 사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TV 역시 눈에 띄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소니 TV가 지난 2분기 1500달러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것 같다. 내부 분위기나 전략적인 측면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소니 전체의 전략 변화와 관계가 있다. 세일즈가 아닌 차별성, 소니의 독특함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TV 차별성은 소니 기술이 제공하는 극강의 화질과 음질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 OLED TV를 내놨는데 반응은 어떤가. 한국에도 출시할 계획인가.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에서는 TV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 않아서 이 부분은 답하기 어렵다. 소니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LCD TV뿐만 아니라 OLED TV도 선보이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VR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향후 주목하고 있는 신사업이 있나.
 
국내에는 게임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SIEK(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Korea)라는 별도의 법인이 있어, (내가)관련 사항에 대해 답하기 어려움이 있다. 다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말하자면 지금은 VR이 게임에 한정돼 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메디컬 등과 같은 B2B 부문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부문은 사업성이 있다고 보는가.
 
최근에 AI는 눈에 띄는 기술로 인기를 끌고 있다. AI는 단순히 떠오르는 기술이나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필수사항이 되고 있다. AI는 미래에 무엇인가를 구현하는 데 필수 도구가 될 것이며,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지속 확산될 것이다. 실제 곳곳에 AI가 반영되고 있으며, 사물인터넷(IoT)과 같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다.
 
소니가 오랜 기간 슬럼프를 겪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동안 소니가 볼륨에 치중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수익성 강화로 방향을 바꾸면서 차별성에 중점을 두게 됐고, 차별성을 고려하다 보니 프리미엄 제품 쪽으로 집중하게 됐다.
 
모리모토 오사무 대표의 경영철학은.
 
제 개인적인 철학은 소니의 창립 정신을 기반으로 한다. 소니의 창립 정신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고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스스로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니코리아에서 일한 소회는. 한국 생활은 어땠나.
 
안전하고 깨끗해서 생활하기 편리하다. 불편한 점은 전혀 없다. 개인적으로 성격이 급한데,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좋다.
 
소니코리아 대표로 향후 목표는.
 
매출과 영업이익은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에서 큰 성과나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서 소니 본사를 비롯해 다른 지사로 확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모리모토 오사무 소니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동 소니코리아 본사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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