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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괴 의혹 KPX케미칼 "노조 집행부 총사퇴" 압박

노조위원장 선처 호소에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 둘 거냐"…부당노동행위 정황 드러나

2017-10-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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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노조 탄압 의혹에 휩싸인 KPX케미칼이 파업을 이유로 노조 집행부의 총사퇴를 압박한 정황이 드러났다. 노조의 활동에 사측이 개입할 경우 부당노동행위의 소지가 있어 노조법에 저촉된다.
 
<뉴스토마토>는 12일 한국노총 KPX케미칼노조(노조) 김종곤 위원장과 김문영 대표이사가 나눈 대화 녹취록을 단독 입수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25일 울산시의 한 횟집에서 만났다. 이날 만남은 노조가 회사의 임금체계 개편에 반대해 93일 동안 파업을 진행한 뒤 업무 복귀 16일 만에 이뤄졌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표이사는 김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의 총사퇴를 강하게 압박했다. 파업을 한 책임을 물어 집행부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앞서 회사는 노조위원장이 사퇴할 경우 해고하지 않겠다며 회유를 제안한 상태였다.
 
김 위원장은 노조 간부들에 대한 징계를 철회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했다. 녹취록에는 김 위원장이 김 대표이사에게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대표이사님과 어쨌든 우리가 회사발전을 위해, 친노사 관계를 좀 회복할 수 있는 부분이 조금 되어 있습니다. 저도 협상도 충분히 할 것이고, 제가 이사님 따라간다면 저도 크게 손해를 안 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한 뒤 "대표이사님, 그래서 통 큰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죄송합니다"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이사는 "지금 수습이 어려운 부분들이 너무 많아요. 우리 (사이가) 작년보다 더 힘들 수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이제까지 믿어준 사람한테 책임을 지고 싶습니다. 양아치는 안 되고 싶습니다. 그러면 제가 진짜 죽어도 못 죽을 것 같습니다"고 재차 호소했다. 동지인 노조 간부들에 대한 징계를 철회해달라고 읍소한 것. 당시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업을 주도했던 노조 간부들에게 정직과 감봉 처분을 추진했다. 
 
김 대표이사는 "여기 올 때 내 생각은 그랬었어요. 이거 마무리하고 집행부 다 사퇴하고 위원장님 노조 탈퇴하고, 그 영구제명한 사람들 다 복권시키고 그게 내 그림이었어요. 그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이사는 "내가 위원장을 받아서, 마음에 안 들어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 둘 생각이 있어요?"라고 김 위원장에게 물었다. 
 
김 위원장은 "그만두겠습니다. 중간에 어떤 그 기회를 만들어주시면 최선을 다 할게요"라고 답했다. 김 대표이사는 "압박이 셀 거요. 사무실 옮기는 것부터 해서 복잡할 거라고. 엄청 어려울 거야"라고 말했다. 
 
김 대표이사는 이와 함께 파업에 참가하지 않았거나 중간에 업무에 복귀한 이유로 제명된 22명의 조합원 자격을 복권하라고 요구했다. 노조 집행부의 사퇴 또는 조합원의 지위 복권을 회사가 요구하는 건 부당노동행위의 소지가 있다. 노조법은 노조의 자율적인 운영을 위해 사용자의 개입을 금지하고 있다. 
 
KPX케미칼의 노조 탄압에 양규모 KPX 회장이 지시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녹취록도 공개됐다. 김 대표이사는 "내가 회장님하고도 여태까지 일을 하고 이번에 노사 문제와 관련해 제가 보고를, 물론 여기 내려와 있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 전화를 하시자고 하시는데 딱 한 번도 '회장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를 나는 안 물어봤어요"라며 "(이전 화인케미칼을 매각할 때) 딱 두 번 회장님이 말씀하시더라고 '그 부분은 자네하고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고, 나머지는 내가 하겠다는 대로 다 진행을 했다. 이번 노사관계도 마찬가지야"라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이사는 김 위원장이 사퇴할 경우 양 회장에게 말해 면직 처분을 면하게 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노조 간부들에 대한 징계 철회를 위해 자존심이 상했지만 김 대표이사에게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KPX케미칼 측과도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양 회장은 노조 탄압과 관련해 이날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한다. 
 
KPX케미칼노조가 2015년 본사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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