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종훈

(차기태의 경제편편)신용카드는 허가받은 샤일록인가

2017-10-19 10:24

조회수 : 3,950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우리 국민들은 역사상 전례없이 긴 추석연휴를 즐겼다. 그런 이면에는 편의점 사업자들의 억울함이 있다. 연휴기간중 신용카드사로부터 받아야 할 카드대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편의점 사업자단체는 지적했다. 그 사이에도 카드사와 은행 등 금융사들에게는 이자 수익이 발생한다. 반면 연휴기간중 편의점 사업자들은 물품대금의 원금조차 받지 못하니 해결해 달라는 요구이다. 그 기간이 짧으면 편의점 사업자들에게 견디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기간이 길면 영세사업주들은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편의점사업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형 카드사들의 갑질횡포가 아닐까 한다.
 
신용카드사들은 이런 갑질횡포가 아니더라도 이미 충분한 이자이익을 누리고 있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서 비싼 금리로 빌려주면서 얻는 이익이 상상을 초월한다. 일종의 고리대금업 본성이라고나 할까? 제윤경(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카드사는 연 1%대 혹은 2%대의 저금리로 돈을 조달한다. 그렇지만 고객에게는 10%대 중반에서 20%대의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예대마진이 20%포인트 가까이 된다. 이를테면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조달한 총 23조9915억원 가운데 22조660억원을 연 1∼3% 금리로 빌렸다. 나머지 1조9255억원도 조달금리는 2∼3% 선이다. 반면 고객으로부터 받는 금리는 크게 올라간다. 현금서비스 금리가 평균 20.2%, 카드론도 평균 14.4%이다. 엄청난 폭리라고 아니할 수 없다.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롯데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도 비슷한 수준의 예대마진을 누리고 있다. 더욱이 저금리 흐름이 유지되면서 올 상반기중 예대마진은 더욱 커졌다.
 
상환기일을 지키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연체금리는 더욱 무섭다. 대출금 연체시 물어야 하는 연체이자의 금리가 20%대 중반을 넘는다. 우리카드가 현금서비스 대출에 평균 연 27.7%의 연체 이자율을 적용하고, 신한카드와 롯데카드의 대출성리볼빙 평균 연체 이자율도 27%를 웃돈다. 우리카드가 카드론 연체에 적용하는 평균 이자율 역시 27.3%나 된다. 우리카드는 연체이자율 1위와 2위의 ‘영예’를 얻은 셈이다. 우리카드의 카드론 연체금리는 일반 카드대출에 비해 거의 두 배로 뛴다.
현행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에 따르면 대부업자나 여신금융기관 등의 이자율 한도는 연 27.9%로 규정돼 있다. 그러니 이들 카드사의 연체금리는 법정한도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법정한도를 이렇게 ‘낮게’ 묶어놓은 법이 신용카드업계가 보기에는 원망스러울 듯하다. 더 높으면 더 많은 연체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못받게 만들었으니까.
 
연체이자가 다른 정상적인 금리보다 더 높아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정도문제이다. 연체이자율이 일반 대출서비스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오른다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은 대체로 서민들이 이용한다. 그런데 예대마진이 이토록 크고 연체금리가 이토록 높을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카드사들에게는 손쉽게 돈을 벌어주는 방법일 수는 있겠다. 그러다보니 카드사들은 이런 손쉬운 영업방식에 젖어들고 중독된 듯하다. 오죽하면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도 카드업계의 손쉬운 카드 대출 위주의 수익구조를 질타하고 체질개선을 요구했을까. 이제는 금리상한선을 연 24%로 낮추라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신용카드의 고리대금업 본성으로 인한 부작용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결국 자업자득인 셈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카드사들이 부실처리된 채권을 대부업체에 팔아먹는다는 것이다. 그 금액도 해마다 수천억원을 헤아린다. 이 때문에 채무자들은 엉뚱하게 대부업체의 추심에 다시 시달리게 된다. 어떻게든 재기해보려는 채무자의 의지를 무참하게 꺾어버리는 짓 아닌가? 이런 비인간적인 사업방식이 경제활력을 위축시키고 업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더 나쁘게 하는 것 아닐까? 그러니 카드업계는 이제 스스로 진지하게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업계의 건실한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지를.
 
영국의 문회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작품 <베니스의 상인>에는 유대인 고리대금없자 샤일록이 등장한다. 오늘날 신용카드사를 비롯한 금융사들의 과도한 고금리 대출사업을 볼 때마다 샤일록이 살아숨쉬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현대의 세련된 금융제도의 탈을 쓰고 되살아난 샤일록.
차기태(언론인)
 
  • 김종훈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