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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차기태의 경제 편편)사드보복 전부는 아니다

2017-09-2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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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에 이어 롯데도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희생제물이 됐다. 롯데마트가 중국시장을 포기하고 점포들을 모두 처분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 내 점포 112개 중 87곳의 영업이 중단돼 있고 나머지 점포도 매출이 80% 이상 줄어들었다. 사실상 개점휴점 상태와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롯데는 버텨보려고 했다. 사원들의 급여도 계속 지급했다. 지난 3월 3600억원을 긴급 수혈한 데이어 최근 또다시 최근 34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었다.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더욱이 6개월 넘은 영업정지 상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니 롯데로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롯데로서는 지난 2월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를 제공한 것을 지금쯤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롯데가 그런 결정을 내리자 집중보복의 표적이 될 것이 우려됐었다. 그럼에도 롯데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었다. 그 결과 예상대로 이런 참담한 결과가 초래됐으니 이제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다. 당시 롯데는 대통령선거후 새 정부가 중국의 오해를 풀어주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말미암아 한반도정세가 악화되고 정부는 사드배치를 서두르게 됐다. 결국 롯데로서는 가중되는 보복의 회오리바람 앞에서 더 버틸 기력을 잃고 말았다.
 
롯데 뿐만 아니라 이마트도 중국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철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롯데와 이마트의 철수가 오로지 중국의 사드보복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남는다. 사드배치와 보복문제가 불거지기 이전에도 중국사업이 사실상 참사를 빚었기 때문이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의 경우 한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적자로 맒이암아 점포를 점차 축소하면서 현재 6곳만 남은 상태다. 지난해 중국에서 216억원의 손실을 보는 등 2013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15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니 이마트는 사드 배치 이전부터 이미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롯데마트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점포는 이미 적자상태였다. 결국 중국의 보복과 영업환경 악화로 말미암아 두 유통재벌의 철수 결심이 다소 빨라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반면 중국시장에서 휘파람 부는 기업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굴삭기 판매 실적은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판매된 굴삭기는 6095대로 작년 연간 판매량 4649대를 이미 크게 웃돌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의 건설기계 판매 시장에 힘입어 6년 만에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LG디스플레이도중국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 LCD 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한 상태이다. 오히려 한국 정부가 기술유출을 우려해 합작공장 건설을 말리는 형편이다.
 
화장품과 의약품 등의 수출도 아직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에 대한 화장품 수출은 8억23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3% 늘어났다. 증가율이 작년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또 올 상반기 한국이 중국의 전체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9.4%로 1위를 지켰다. 물론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대체로 현재까지는 선방해 왔다. 요컨대 지금 중국시장의 어려움이 분명히 크기는 하지만, 최악은 아니다. 영국의 시인 존 밀턴의 표현을 빌리자면 행복의 관점에서 다소 불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악의 불행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물의 이치로 볼 때 진정한 문제는 대체로 외부의 환경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 법이다. 집이 튼튼하면 아무리 모진 폭풍우가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떤 품목이든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활로는 있다. 반대로 남다른 매력을 갖추지 못한 상품이나 서비스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런 차별은 여건이 나쁠 때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지금 중국시장이 바로 그런 시기라고 여겨진다.
 
중국의 사드보복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정부는 중국의 오해를 해소하고 우리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만 기업들도 사드보복 탓만 하지 말고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연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고 남다른 매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그런 진지하고 솔직한 점검과 반성이 있어야만 향후 더 큰 도약을 기약할 있을 것이다.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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