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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공영방송 장악' 최종 시나리오 작성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최승호 전 PD, 국정원 문건 관련 참고인 출석

2017-09-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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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공영방송 장악 문건과 관련해 최승호 전 MBC PD가 26일 검찰에 출석했다. 최 전 PD는 이날 오전 9시55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공영방송 장악 의혹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사랑을 받던 공영방송을 권력이 원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완전히 망가뜨린 이런 역사가 이번 수사를 통해서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발본색원했으면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PD 수첩'을 진행하다가 해고되는 과정에 단순히 김재철 같은 경영진 뜻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MB 국정원은 국민의 정부 기관으로서 역할을 하지 않고, 대통령의 개인 정보 기관으로서 역할을 했던 것"이라며 "그것이 대한민국에 미친 상처는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업무 지시를 내린 모든 책임자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최 전 PD를 상대로 국정원의 공영방송 장악 관련 문건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최 전 PD는 MBC에서 'PD 수첩' 등을 담당하다 지난 2012년 해직된 후 뉴스타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하는 기간 중 MBC 등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내용의 영화 '공범자들'을 연출했다.
 
최 전 PD는 "'공범자들'이란 영화를 만들 때부터 최종 시나리오 작성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대통령 지시가 아니면 어떻게 공영방송에서 그렇게 할 수 있겠나"라면서 "단순히 국정원장이나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스스로 알아서 했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거짓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이날 오후 2시 이우환 PD에 이어 오후 4시 정재홍 전 작가, 오는 27일 오후 2시 김환균 PD 등 전·현직 MBC PD와 작가를 연이어 조사할 방침이다. 정 전 작가는 최 전 PD와 함께 2012년 해직됐으며, 이 PD와 김 PD는 2014년 10월 비제작부서 또는 교육 발령에 대해 소송을 내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특히 검찰은 이날 오후 2시 공영방송 장악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원세훈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 국정원 적폐청산 TF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2010년 3월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이란 문건을 작성하는 등 2011년 8월까지 방송 담당 수집관 활동을 벌인 것으로도 드러났다.
 
원 전 원장은 공영방송 관련 문건을 비롯해 댓글 활동에 동원된 민간인 외곽팀 관련,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퇴출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과 좌파 등록금 문건 사건 관련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검찰은 이러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이뤄졌는지 등도 함께 조사할 예정이다.
 
국정원의 ‘방송사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최승호 전 MBC PD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해자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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