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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석

('2부리그' 고착화되는 코스닥)②덩치는 커지는데 질적 성장은 제자리

시가총액 사상 최고치…지수는 '박스권'…투자자 유입 정책 절실

2017-09-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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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현석 기자] 코스닥 시장이 올해 21살이 됐다. 나이가 들면서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다양한 업체들도 새롭게 상장하면서 양적 성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장과는 다르게 주가는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상장업체들이 코스피로 지속적으로 이전상장을 하다보니 '코스피 2부 시장'이라는 인식이 심화되고 있다.
 
덩치는 커졌는데…실속은 글쎄?
 
코스닥 시장은 올해 사상 최대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가는 코스피와 대조되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코스닥 시장은 시총 231조4895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스닥 지수는 지난 2015년 780선을 달성한 이후 이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의 증가는 상장 기업들의 숫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새로 상장한 기업은 200여개에 달한다. 
 
물론 코스닥도 성장하고 있다. 최근 미스터블루(207760)디앤씨미디어(263720), 휴젤(145020), 신라젠(215600) 같은 기업들이 상장했다. IT(Information technology), BT(Bio technology), CT(Culture technology) 기업과 벤처의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개설된 '벤처 중심 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코스닥을 대표한다고 할 업체들, 특히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업들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10조원을 넘기는 기업은 셀트리온 하나에 그치고 있다. 신규 상장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시총 상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업은 극소수다. 시가총액 상위 30위권내에서 최근 3년내 상장 기업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휴젤, 펄어비스 등 7개사에 그친다. 최근 3년간 200여개의 업체들이 상장했음에도 말이다. 특히 넷마블게임즈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표 기업은 코스피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제2의 나스닥'이라는 이름에 걸맞으면서도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기업들에 대한 상장유치가 미진한 상황이다.
 
코스피 이전업체 대부분 시총 증가…코스피200 편입이 핵심
 
코스닥 시장이 정체하고 있다 보니 이전상장을 하는 기업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들이 이전상장의 이유로 꼽는 것은 대부분 ‘기업가치 제고’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은 총 39개사(상장폐지 제외)다. 2000년에는 한세실업, 티엘씨레저(상장폐지), 한국내화 등이 코스피로 이전했다. 2001년에는 코웨이와 필룩스가, 2002년에는 한국콜마홀딩스, 교보증권, 세종공업, 마니커 등이 코스피로 이동했다. 이후 2011년에는 코오롱글로벌, 에이블씨엔씨, 하나투어 등이 이전상장을 하는 등 꾸준하게 코스피로의 이동이 이어졌다. 한동안 뜸했던 이전상장은 작년부터 다시 불붙었다. 2016년에는 동서와 한국토지신탁이, 올해는 카카오가 코스피로 이동했다. 이와 함께 오는 29일에는 셀트리온의 이전상장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특히 이들의 시가총액은 대부분 증가했다. 카카오의 경우 6조8000억원에서 7조8000억원으로, 2011년에 이전한 하나투어는 9443억원에서 2조6919억원으로, 에이블씨엔씨도 2332억원에서 3665억원 등으로 늘었다. 시가총액이 감소한 업체는 동서, 한국토지신탁, SBS 등 5곳에 그친다. 물론 기업의 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가총액이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가 말해 주듯이 시총이 증가했다는 점은 이전상장을 하는 명분을 만들어 준다.
 
 
특히 중요 인덱스에 편입되면 시가총액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NAVER나 엔씨소프트는 코스피200 편입 이후 급격히 시총이 늘었다. 시장이전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후 중요 인덱스 편입여부가 핵심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코스닥도 대표지수를 통한 관련 상품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상징성을 가진 기업의 유치 및 대표지수 홍보 절실
 
증권가는 코스닥의 성장을 위해서는 IPO(기업공개) 및 대표지수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외 투자자들이 직접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성장성과 안정성을 가진 기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관이나 외국인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대표지수의 홍보도 필요하다. 
 
임상국 KB증권 종목분석팀장은 “코스닥 상장사가 벤처기업 위주로 구성되다보니 코스피에 비해 펀더멘탈 측면에서 약한 부분이 있다”며 “이런 부분을 인정하는 대신 성장성과 기술력에 대한 높은 평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셀트리온 같은 브랜드 있는 기업들의 상장 유치와 함께 지수개발 등을 통해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현석 기자 gus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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