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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포인트모바일, 러기드 스마트폰으로 '제2 팬택 신화' 쓴다

B2B 스마트폰 시장 타깃…2020년 매출 1000억 목표

2017-09-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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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산업용 PDA(개인용 정보 단말기) 국내 1위 포인트모바일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한다.
 
지난 21일 서울 금천구의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포인트모바일 본사에서 만난 강삼권 대표는 "내년 4월 러기드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계획대로 출시가 이뤄지면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러기드 스마트폰'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러기드(rugged) 스마트폰'이란 문자 그대로 '튼튼한' 스마트폰을 일컫는다. 미국 등 북미 시장에서는 아웃도어 스마트폰으로 불리며 이미 상당한 시장 규모를 이뤘다. 스마트폰 글로벌 1위 삼성전자도 갤럭시 액티브 등의 브랜드로 러기드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해당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강 대표가 러기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데는 주력 사업인 산업용 PDA 분야에서 10여년간 쌓은 기술 노하우가 자신감으로 작용했다. 포인트모바일은 이 분야에서 국내 1위, 글로벌 3위 업체다. 산업용 PDA는 바코드를 인식해 재고관리 등에 사용하는 휴대용 모바일 기기다. 재고·생산관리가 매우 중요한 대형마트나 공장뿐 아니라 택배회사, 심지어 대형병원의 환자 이력관리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서 두루 쓰인다.
 
지난 2006년 설립된 포인트모바일은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산업용 PDA의 글로벌 시장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 모토로라의 PDA 부문을 인수한 지브라(ZEBRA)가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고, 이어 허니웰(honeywell)이 점유율 25% 가량으로 글로벌 빅2를 이루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수많은 업체들이 3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포인트모바일은 세계 점유율 2%대로 3위 그룹에서도 가장 선두에 위치해 있다. 현재 전 세계 54개국 112개 업체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산업용 PDA의 핵심은 '견고함'이다. 스마트폰이 대세가 된 지금까지도 기업들이 PDA를 고수하는 이유다. 강 대표는 "한 글로벌 물류 기업에서 산업용 PDA를 대신해 스마트폰을 산업용으로 대체한 사례가 있었다"며 "하지만 기기를 험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산업 현장에서 쉽게 파손되는 스마트폰은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금방 깨닫고 다시 PDA를 쓰더라"며 여전히 산업 현장에서는 PDA를 일반 스마트폰이 대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포인트모바일은 자사 산업용 PDA의 견고함을 자사 러기드 스마트폰에 그대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강 대표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40%는 기업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이라며 "우리가 러기드 스마트폰의 타깃으로 삼은 시장이 바로 B2B 시장"이라고 말했다. B2B 시장의 특성상 기업의 감가상각 주기를 고려해 최소 5년에서 최장 10년까지는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또 애프터서비스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매년 신제품을 쏟아내고 출시 2년이면 제품이 단종되는 대기업들의 사업 구조상 5년간 꾸준히 같은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강 대표는 "우리는 단 10대 주문이 들어와도 생산·공급할 수 있을 만큼 슬림하고 유연한 조직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4월에 출시하는 러기드 스마트폰은 B2B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하지만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강 대표는 "기업 고객을 우선 순위로 두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수요가 충분하면 B2C 시장을 주력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초 스마트폰 출시는 포인트모바일이 몇 단계 도약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강 대표는 "한때 팬택이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 2위까지 오르지 않았느냐"며 "제2의 팬택 신화를 재연해 다시 한 번 국내 중소기업의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팬택은 스마트폰에 올인했기 때문에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에게 스마트폰 사업은 '원 오브 뎀(one of them)'이기 때문에 신사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 관리도 문제 없다"고 덧붙였다.
 
포인트모바일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392억원)보다 36% 성장한 550억원으로 잡았다. 강 대표는 "세계 최대 산업용 PDA 시장인 유럽에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독일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며 "36% 매출 성장이 결코 무리한 목표가 아니"라고 말했다. 2018년 700억원, 2019년 850억원에 이어 오는 2020년에는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겠다는 중장기 세부 계획도 세웠다.
 
강 대표는 "산업용 PDA, 휴대용 결재 단말기, 산업용 러기드 스마트폰에 이어 최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재난망 단말기(Public Safety Terminal) 시장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늘려가겠다"며 "기술 혁신형 중소기업이 정도를 걸으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삼권 포인트모바일 대표가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진제공=포인트모바일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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