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왕해나

도시바메모리 새 주인으로 '한미일연합'

돌고돌아 다시 한미일…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강화 기회

2017-09-20 18:25

조회수 : 2,755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도시바가 결국 한미일 연합에 메모리사업부를 매각키로 결정했다. SK하이닉스로서는 취약점이 낸드 부문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됐다. 경우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20일 로이터, 교도통신, 니혼게이자이 등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에 메모리사업부를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신문들은 도시바가 2주 안팎의 시간을 두고 본계약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일 연합의 인수 총액은 약 2조4000억엔(약 24조원) 수준이다. 한미일 연합은 베인캐피탈을 비롯해 한국의 SK하이닉스, 일본 정책투자은행과 산업혁신기구 등이 참여한 다국적 연합군 형태다. 미국의 애플과 델도 막판에 합류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한미일 연합의 지분 구조는 베인캐피탈 측이 49.9%, 도시바 40%, 나머지 일본이 10.1%다. 일본 측이 의결권의 과반을 가져가게 되면서 기술 유출 등의 논란을 피했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탈에 대한 대출을 통해 도시바 지분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게 된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이 기자회견을 앞두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일 연합은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WD(웨스턴디지털)가 반발, 매각 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서 협상이 무산됐다. 이후 도시바는 8월 우선협상대상자를 WD가 주도하는 신(新) 미일 연합으로 교체하고 협상을 진행했다. WD와도 의결권 보유 등으로 이견을 빚자 한미일 연합, WD,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 3곳과 모두 매각 협상을 하겠다며 인수전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한미일 연합은 애플과 델 등 도시바의 고객사를 끌어들이면서 진영을 크게 보강했다. 도시바 측에 WD의 소송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500억엔(약 5000억원)을 보상해주는 새로운 방안도 제시했다. WD는 19일 도시바메모리 의결권 보유 의사까지 철회하며 인수 의지를 드러냈지만 뒤집기에 실패했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반도체 업계 지형은 대대적으로 재편된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5위인 SK하이닉스는 2위 도시바와 손잡으면서 시장 지배력을 대폭 높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집계한 올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38.3%, 도시바 16.1% WD 15.8%, 마이크론 11.6%, SK하이닉스 10.6% 순이다. 이세철 NH증권 연구원은 “도시바와 SK하이닉스가 기술, 생산력 등에서 협업할 수 있는 계기”라면서 “낸드플래시 시장이 삼성 대 SK하이닉스 및 도시바 양강구도로 가며 한국 반도체 업계의 위상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종 계약 확정까지 결과는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현지 언론들은 도시바가 최종 계약을 맺고 난 이후에야 WD, 폭스콘과의 교섭을 중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관계자는 “현재 도시바의 공식입장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면서 “최종 계약까지는 많은 과정이 남아있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 왕해나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