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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박래군의 인권이야기)국회의원부터 인권교육을

2017-09-2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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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의 인권이 학대당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인권이 깎이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의 목숨은 값집니다. 어떤 목숨도 다른 것보다 덜 값지지 않습니다.“
 
이런 말을 한국의 정치인이 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대형교회가 들고 일어나고, 보수 언론들이 경쟁하듯이 이 발언자를 비난했을 것이다. 아마도 하루에 수천 통씩 쏟아지는 문자 폭탄을 받다가 진땀을 흘리면서 해명에 나설 것이다.
 
지금 국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쏟아내고 있다. 그들이 들이대는 반인권의 잣대에 의해서 김이수 헌재소장은 낙마를 했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명동의안도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성소수자의 인권, 병역거부의 권리, 무슬림의 권리는 너무 당연한 듯이 부정당하고, 국회 인사청문회장은 혐오발언의 경연장이 되어 버렸다.
 
적폐의 본산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그렇다고 해도 다른 정당의 의원들도 그들 혐오발언에 편승하거나 침묵하면서 결국은 방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 순회 개헌토론회장은 혐오세력들의 경연장이 되어 버렸지만 이런 혐오세력들의 준동을 국회는 제지하지 않는다.
 
한국사회는 다양성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사회다. 분단 체제에 길들여서인지 ‘이분법’만이 허용된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신념과 지향을 갖고 있다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대화와 토론은 없이 네편, 내편만 중요하게 여기는 풍토가 구조로 정착되어 있다. 촛불시민혁명을 겪고도 여전히 이런 지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촛불을 들었던 사람도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혐오세력과 다를 바 없는 입장을 보이고, 이주민들에게 대해서는 증오를 쏟아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는 너만 양심이 있냐고 다그친다. 이런 인권의식의 부재 상황이 국회에서 조금도 걸러지지 않은 채 의원들의 입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쏟아지고 여과 없이 매체를 탄다.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하는 인권은 다양한 소수자들의 존재를 평등하게 대하자고 주장한다. 그래서 인권은 본질적으로 불편하다. 지금은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지는 여성의 인권도 처음에는 그랬다. 기득권 세력인 남성의 가부장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어리석고 무식하기만 하고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여성들에게 어떻게 정치와 같은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없다는 미신이 오랜 세월 인류를 강하게 지배했다. 그렇지만 그 허구가 깨졌다. 인종차별의 미신이 깨져나갔던 것처럼 남녀차별에 대한 인식도 깨졌다.
 
우리나라가 가입해 있는 유엔에서는 더 이상 성 평등이 낯선 주제가 아니다. 성소수자의 인권, 병역거부의 권리, 종교의 자유 등은 국제사회에서 재론의 여지없이 수용되는 인권의 목록들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부터 성소수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그들에게 동성결혼도 허용하는 나라들이 확대되고 있는 게 그 반증이다. 원조 기독교의 나라에서는 수용되고 있는 성소수자의 권리가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한국에서는 격렬한 거부의 대상이 되는 건 아이러니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한참 뒤쳐져 있다.
 
특정 기독교세력의 반인권 혐오와 증오의 선동이 폭력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이분법의 마술에서 풀려날 수 없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전제로 시작되는 인권의 원리를 거부하는 반문명적인 방향이 될 것이다. 정녕 국회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외면하는 반문명, 반인권의 길로 갈 것인가? 과학적 근거도 없이 미신에 의한 선동에 휘둘리는 국회는 헌법기관의 자격이 상실했다.
 
그래서 제안한다. 국회의원들부터 국가인권위원회가 시행하는 인권교육을 받으라. 인권교육을 통해서 지금까지 자신들이 행한 발언들이 얼마나 무지막지한 폭력이었는지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국회의원들부터 인권교육을 배우고 인권감수성을 키워갔으면 좋겠다.
 
글의 서두에 인용한 발언의 주인공은 전 유엔 사무총장 시절 반기문 씨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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